타이틀 |
매스 이펙트 3 |
발매일 |
2012년 3월 6일 |
제작사 |
바이오웨어 / EA 코리아 |
장 르 |
RPG |
기 종 |
PS3 / Xbox360 / PC |
등 급 |
청소년 이용 불가 |
언 어 |
자막 : 영어 / 음성 : 영어 |
작성자 |
RunningRock |
셰퍼드의 이야기가 끝났다.
6년은 긴 시간이다. 흠잡을 데 없는 수작으로 시작된 작품이 발전을 거듭하여 대작이란 명성을 거머쥐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일종의 경지에 오른 삼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서 '매스 이펙트 3'(이하 ME3)의 가치는 분명 하나의 게임 그 이상이다. 그러나 아직은 마침표를 찍을 때가 아니다. 셰퍼드의 연대기는 종언을 고하였으되 매스 릴레이로 연결된 우주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계속되리라는 점에서, ME3는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래된 단골손님을 만족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고객의 유입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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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첫쨉니다. |
난 둘째. |
결과적으로 ME3를 즐기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은, 세 번째 타이틀인 것 치고는 꽤 낮은 편이다. 첫 작품에서 이미 상당한 완성도와 높은 접근성을 보여주었던 시스템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조율을 거쳐 보다 더 나은 것으로 거듭난 덕분이다. 전작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게임을 완전하게 즐길 수 없다는 것은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는 난제이나, 그 밖의 부분에서는 갓 전입신고를 마친 신병이라 할지라도 쉽게 접근하여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 잔뼈 굵은 노병의 입장에서는 개선된 부분들이 눈에 띨 뿐, 익숙해지려는 노력조차 불필요할 정도이다.
얼핏 보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
그런데 웬만한 일로는 눈 하나 깜짝 안 할 노병이기에 더욱 놀랄 만한 일이 있다. '멀티 플레이 모드'의 추가가 그것이다. 지금까지의 ME 시리즈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어쩌면 가장 크게 와닿을 변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단순한 것이 최고라는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기라도 한 듯, ME3의 멀티 플레이 모드는 다양한 무기와 고유한 기술 - 즉 파워(Power)를 적절히 활용하여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알기 쉬운 형태를 띠고 있다. 싱글 캠페인과는 설정만을 공유할 뿐 별도의 뒷이야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4인 1조로 적과 싸우는 단순한 형태의 멀티 플레이 모드. |
플레이어는 최대 네 명으로 구성된 팀의 일원이 되어 한정된 구역 안에서 수 차례의 공세(Wave)에 맞서 적들을 쓰러뜨리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자연히 적들의 공세도 거세지므로 보다 긴밀한 협동이 불가피해 진다. 혼자 해보려 들다가는 지옥을 보게 될 것이다. 임무를 완수하면 경험치와 돈(Credits)을 얻으며, 이는 레벨을 올려 파워를 강화하고 필요한 장비와 새로운 무기 등을 구입하는데 쓰인다.
쓰러진 동료를 회복시켜 줄 수도 있다. |
미션을 완수하면 돈과 경험치를 획득. |
아이템 구입은 복불복. |
열어보기 전엔 뭐가 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
멀티 플레이 모드에서도 싱글 모드에서와 같은 여섯 개의 병과(Class)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으며, 각각의 클래스는 각기 다른 세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같은 병과라도 종족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에 차이가 있으므로 도합 열여덟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기본 종족인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둘은 초반에는 잠겨 있어 선택할 수가 없다. 마음에 드는 종족을 고르기 위해서는 열심히 싸워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된다.
사용 가능한 기술의 수가 적다는 것이 싱글과의 차이점. |
처음부터 모든 종족을 다 고를 순 없다. |
미션 도중 쓰러지면 관전자 모드로 전환. |
굳이 '처음 치고는'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ME의 멀티 플레이 모드가 보여주는 완성도는 제법 높은 수준이다. 기대되는 이익만큼 위험 또한 큰 과감한 도전이 아닌, 검증된 성과 안에서의 변주로 그치는 안전한 시도가 이를 가능케 한다. 혼자 해도 재미있는 액션이니 여럿이 함께 즐기면 당연히 더욱 재미있다는 단순한 논리는 좀처럼 비집고 들어갈 틈을 보여주지 않는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당장은 장점인 단순한 구조가 놀잇거리로서 얼마나 장수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의심케 한다. 각 병과의 효용은 좀 더 균형을 이루게끔 수정을 거칠 필요성이 엿보인다. 그러나 눈에 밟히는 모든 티끌들을 뒤로 하고, ME3의 멀티 플레이 모드는 쿼리안, 크로건, 튜리안 등 그 동안 동료로 삼는데 만족해야 했던 다양한 종족들을 직접 다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아무튼 재미있으면 장땡이지!! |
물론 이와 같은 멀티 플레이 모드는, 의외의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ME3라는 게임에 있어서는 결국 부수적인 요소일 따름이다. 말하자면 책을 덮은 뒤의 아쉬움을 달래줄 별책 부록과도 같다. 두꺼운 저서의 본편으로서 아쉬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오롯이 싱글 캠페인의 몫이다. 더구나 그것은 어느 하나를 빼놓고는 입에 담기 어려운 세 개의 이야기 중 하나이자, 마지막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ME 시리즈는 훌륭한 삼부작으로서의 조건을 고루 갖춘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를 힘 있게 이끌어나가 깔끔하게 마무리 지음과 동시에 이어질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와 흥미를 불러일으켜 왔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시스템을 진화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언어의 장벽이 불편함을 넘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할 만큼 매력적인 세계와 캐릭터를 창조해내었으며, 전작에서 이룬 성과와 추억들이 고스란히 이어지게 함으로써 연작이기에 가능한 개성의 획득과 충성스런 고객에 대한 배려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방에 잡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제가 주인공입니다. |
전작 또는 3편의 클리어 데이터로 시작할 수 있다. |
전작의 세이브 데이터를 연동시켜 게임의 내용 자체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얼핏 뻔해 보이는 발상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반영된 작품과 마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제목으로 출시된 수많은 게임들 가운데 이야기와 등장인물 등이 긴밀하게 이어지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으며,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전작에서의 행동과 선택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도록 일정 이상의 자유도를 부여한 게임은 더욱 드물기 때문이다.
외모가 일취월장한 애쉴리. |
내가 1편에서 카이단 살렸으면 넌 못 나왔어 이것아. |
사망한 것으로 기록된 캐릭터는 당연하게도 후속작의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 한다. 몇몇 캐릭터의 경우 전작의 세이브 데이터가 없다면 아예 얼굴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관통하는 가장 굵고 긴 줄기를 건드리지는 못 한다 하나, 스토리의 진행이나 전투보다도 이와 같은 소소한 재미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는 만큼 전작과의 연동은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다.
전작에서 달성한 레벨이 그대로 계승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주의 위기를 이미 두 번이나 구한 커맨더 셰퍼드가 내근으로 좌천되어 뱃살이 두둑해진 것이 아닌 바에야 ―강등당하기는 했지만― 레벨 1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말이 안 되는 구석이 있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혹은 너무 귀찮아서 의욕이 생기지 않는 사람에게라면 세이브 데이터의 존재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렉스 너도 내가 1편에서 쏴 버렸으면 못 나왔어. |
전작에서 사귀었던 상대라면 먼저 들이대오기도 한다. |
전작을 경험해보지 못 한 플레이어라면 캐릭터를 새로 만들기에 앞서 게임의 진행 방식에 변화를 주는 셋 중 하나의 스타일(Experience)을 골라야 한다. 이는 ME3에서부터 새로이 도입된 과정으로, '액션'은 선택을 줄이고 자동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늘림으로써 일반적인 액션 게임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스토리'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보다 여유 있게 줄거리를 곱씹을 수 있도록 전투의 난이도와 비중이 줄어든다.
'롤플레잉'은 그 중간 정도의 비율로, 다시 말해 기존의 ME 시리즈와 동일한 방식의 진행이다. 기존의 데이터를 사용한다면 자연히 롤플레잉으로 시작하게 되지만, 도중에라도 옵션을 건드려 언제든지 설정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처음부터 액션 모드를 선택할 경우 외모와 병과가 고정된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이왕이면 다른 스타일을 선택하여 캐릭터 생성 과정을 거친 다음 옵션을 바꿔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 중 하나의 스타일을 선택한다. |
액션을 선택했다면 무조건 존, 또는 제인 셰퍼드. |
그나마 잘 나온 사진. |
액션 아닌 다른 스타일을 선택했다면, 이제 자신만의 셰퍼드를 만들 차례다. 기존의 데이터를 계승했다면 생성이 아닌 수정이 될 것이다. 먼저 아무도 불러주지 않을 이름을 입력한 뒤, 성별과 외모를 결정한다. 셰퍼드의 성별을 남성으로 정했다면 기본 설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이, 여성이라면 어떻게든 성형을 집도하는 쪽이 훨씬 눈에 이롭다는 점은 어느덧 시리즈의 전통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보이는 건 화장실 조명이라고 생각하자. |
남자라면 그냥 안 건드리는 게 낫다. |
다음은 전투의 양상을 좌우할 병과의 선택이다. 기본이 되는 것은 솔저, 어뎁트, 엔지니어로 각각 다양한 무기의 활용, 일종의 염동력이라 할 수 있는 바이오틱 파워, 그리고 옴니 툴(Omni-tool)을 이용한 기계의 조작에 특화되어 있다. 나머지 셋은 기본 병과 두 가지를 조합한 것이다. 인필트레이터는 솔저와 엔지니어를, 센티넬은 엔지니어와 어뎁트를, 뱅가드는 솔저와 어뎁트를 섞은 것이라 보면 된다.
각 병과는 서로 다른 종류의 특성과 기술(Power)을 갖추고 있다. ME3는 많은 무기를 장비할수록 기술을 다시 사용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함으로써, 어떤 방식으로 전투를 운용할지에 대해 보다 큰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기술 위주의 전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그 중 무엇을 먼저 얼마나 향상시키느냐 하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 된다. 두 가지 기술을 연속으로 사용하여 더욱 큰 피해를 입히는 '콤보'의 활용에 중점을 둘 수도, 적을 교란시키고 동료를 보조하는 쪽으로 집중하여 파고들 수도 있다. 동료들의 것까지 포함하여, 선택은 플레이어의 자유다.
원본인 엔지니어와 어뎁트와의 조합인 센티넬. |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
전투의 난이도가 여러모로 높아졌다는 점은 기술의 효과적인 활용과 더불어 동료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의 시간을 잠시 정지시킨 뒤 동료에게 지시를 하달하여 행동을 간접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 사용 중인 무기를 바꿔 들게 하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여 엄폐하거나 적의 후위를 공격하게 하며, 적의 특성에 맞는 기술을 적시에 사용하게 하는 등, 그럴 마음만 먹으면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수족처럼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 역시나 AI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플레이어의 할 일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같은 능력 안에서도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
무기 장비는 몸을 무겁게 만들 뿐이야. |
내가 시간을 멈췄다. |
날래날래 움직이라우. |
다만 그 과정은 결코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해진 근접 공격과 구르기 등 보다 많은 동작을 구사할 수 있게 된 ME3의 전투는 부지불식간에 본래의 장르가 무엇이었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세 명의 전사를 쉴 틈 없이 열심히 조종해야 하는 ME3의 전투는 손과 머리가 바쁘면 바쁠수록 돌아오는 만족감 역시 그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성실한 재미를 선사한다.
때리고. |
구르고. |
달리고. |
뛰어내린다. |
마지막으로 취향에 맞게 성장 배경과 경력을 설정해주고 나면, 비로소 본격적인 ME3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ME3의 첫머리는 2편의 엔딩 이후를 그린 스토리 추가 형태의 DLC로부터 이어지는 것이지만, 이것이 첫 경험이라면 어차피 별 의미가 없고 DLC만을 빼먹었다 해도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이렇다 할 지장이 없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면 그냥 인터넷을 이용해 검색해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리퍼의 전함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지구를 공격하고, 쑥대밭이 된 도시를 벗어나려는 셰퍼드를 조종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ME3의 오프닝은 이전까지와는 달리 보다 긴박해진 분위기 속에서 내용이 전개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드디어 본격적인 침공을 개시한 리퍼와 더불어 한 때 콜렉터라는 공통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잠시나마 같은 편에 섰던 일루시브 맨과 세베루스(Cerberus)까지 적으로 돌아서 플레이어를 괴롭힌다.
어이구머니나. |
지구 다 죽게 생겼다 이놈들아. |
적으로 돌아선 일루시브맨. |
다른 종족들의 별도 꼴이 말이 아니다. |
그 섹시한 아사리를 저렇게 만들어놓다니 나쁜 리퍼놈들. |
어제의 적은 더 위험해지고, 어제의 아군도 이제는 적인 상황에서 셰퍼드는 지금껏 느슨한 형태로 묶여있을 뿐이었던 은하계의 다른 종족들을 설득하여 긴밀한 동맹을 형성하고, 각자의 사정으로 뿔뿔이 흩어진 동료들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이처럼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듯 노르망디 호를 몰아 우주를 항해하는 방식 또한 ME2와 거의 같은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세부적인 면에서 많은 변화를 거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귀찮음을 선사했을 것이 분명한 광물 자원이라는 요소가 완전히 사라졌다. 모든 자원이 크레디트로 일원화됨으로써 더 이상 발견하는 행성마다 빈틈없이 훑어가며 최대한 많은 자원을 얻어내려 애쓸 필요가 없어지 것이다. 행성을 스캔하여 무언가를 찾아내는 작업은 그대로이나, 노르망디 호가 발신한 신호에 반응한 곳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리퍼의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되었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설정은 시간제한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어려운 ME 시리즈의 시스템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위기감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게끔 유도하는 영리한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무턱대고 신호를 보내며 별들 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샌가 무리지어 나타나 추격해 오는 리퍼의 함선들 또한 이와 같은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하고 있다.
아무도 안 계세요? |
으앙 저리 가. |
광물을 찾아 해맬 일이 없어진 대신, ME3에서는 전쟁자원(War Asset)이라는 요소가 추가되었다. 말하자면 리퍼와의 싸움을 위해 동맹군을 비롯한 인적 자원과 군수 물자를 모으는 과정이다. 이렇게 모은 전쟁자원 점수는 노르망디 호 내부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으며, 높은 점수를 얻어야만 진정한 엔딩을 볼 수 있다……고는 하나 그 차이가 참으로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므로 귀찮다면 신경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별을 조사하다가도 얻을 수 있는 전쟁자원. |
선내의 War Room에서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
알고 보면 별 것 아닌 전쟁자원은 잠시 뒤로 제쳐두고, 그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바로 명성(Reputation) 이다. 명성 시스템은 ME 시리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였던 파라곤 / 레니게이드 시스템을 보다 편리한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다. 수단의 당위성을 중요시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선호하는 경향이 파라곤이라면, 레니게이드는 이와는 반대로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친 성향이다.
파라곤 또는 레니게이드, 어느 한 쪽의 성향을 띤 선택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을 셀 수도 없이 잔뜩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이번 작품에서도 변함이 없다. 짜임새 높은 세계관과 흡입력 강한 스토리에 힘입어, ME 시리즈 특유의 '선택'은 지금의 결정이 향후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될지에 대한 걱정을 넘어서 게임 속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일종의 도덕적 딜레마에 빠져들게까지 만드는 놀라운 성과를 발휘해 왔다.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 |
버튼 액션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
그러나 이전까지는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어느 한쪽의 수치를 집중적으로 높여야만 특정한 성향을 띠는 선택지가 해금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 점이 개선되어, ME3에서는 명성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어느 쪽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명성을 충분히 쌓기만 하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특별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때그때 성격에 맞게 내키는 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명성의 높고 낮음은 전시라는 상황과 맞물려 몇몇 캐릭터의 생사 및 종족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게임 속의 사건들을 본의 아니게 비극의 형태로 마감하고 싶지 않다면 기회가 있을 때 미리미리 최대한 명성을 쌓아두는 것이 좋다. 대화 도중 파라곤 또는 레니게이드를 선택하는 것 외에 논쟁을 벌이는 두 사람을 발견했을 때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거나, 사이드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 등이 명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NPC에게 도움을 주거나. |
분쟁을 중재하여 명성을 얻기도 한다. 물론 난 탈리 편. |
전쟁의 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컷. |
전쟁자원과 명성과 경험치와 돈을 얻게 해 줄 퀘스트는, 전작에 비하면 그 수가 다소 줄어든 편이다. 한층 더 묵직해진 스토리의 전개에 어울리는 필수적인 사건과 임무들을 중심적으로 배치해 놓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다채로움마저 사라져 그 형태가 많이 단조로워졌고, 일단 임무를 마친 장소는 다시 방문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희생이었음을 애써 납득한다 해도 아쉬움을 감추기 어려운 부분이다. 활성화된 퀘스트는 언제든 저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나, 진행 상황이 꼬박꼬박 갱신되지는 않는다는 불편함이 있다.
동료들을 하나둘씩 모아가는 과정이 초반 진행의 주가 되는 것은 전작과 비슷하나 그 모양은 사뭇 다르다. 리퍼와의 전쟁이 한창인 각 종족에게 지원군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는 대가로 부탁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옛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식이다. 삼부작의 세 번째 작품이라는 위치에 걸맞게 ME3는 그 동안 두 편의 전작을 통해 꾸준히 다루어져 온 굵직한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든 종지부를 찍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크로건을 괴롭혀 온 제노페이지나, 별을 잃고 유랑하며 살아온 쿼리안과 인공생명체 게스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그 좋은 예다.
ME3의 새로운(?) 동료인 EDI 쨔응. |
여전히 종족 규모로 신비주의 콘셉트를 유지하시는 중. |
2편에서의 동료였던 엉덩이 미인 미란다. |
예쁜 얼굴과 걸쭉한 욕설이라는 갭이 매력인 잭. |
이번이 첫 출연인 경우를 제외하면, ME3에서의 동료는 1편에서부터 함께 해온 캐릭터들뿐이다. 2편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캐릭터들은 사이드 퀘스트 및 이벤트를 통해 재회하는 것이 전부다. 콜렉터와의 최후의 결전 끝에 동료들을 모두 죽게 만든다는 결과도 존재했던 만큼, 스토리의 개연성에서나 세이브 데이터의 연동이라는 측면에서나 전작의 캐릭터들에게 그리 큰 비중을 할애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하는 짓이 은근히 귀여운 모딘. |
병든 암살자 테인. 개인적인 호감도 순이라 나머지는 잘렸습니다.. |
DLC였던 두 사람, 카스미와 자이드 |
사정이 이렇다보니 커맨더 셰퍼드가 사심 가득한 눈빛으로 공략해야 할 대상 역시 대부분은 오래 된 전우들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캐릭터의 수가 훨씬 적은 관계로, ME3에서의 연애 사업은 오랜 인연에 마침내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는 모양새로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캐릭터에 따라서는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를 먼저 입에 올리기도 할 정도이니 말 다 했다.
다만 갈 데까지 갈 수 있는 것은 어찌됐든 그 중 단 한 사람뿐이므로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도 일찌감치 마음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동료에게 추파를 던지다가는 자칫 전혀 의도치 않았던 상대와 눈이 맞아버리는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셰퍼드의 마지막 연애사를 감히 두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지도 못 할 광경으로 마무리 짓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아무튼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셰퍼드의 성별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그녀, 리아라 |
누나만 믿어 천국을 보여줄게. |
요주의 인물 중 하나. 물론 성적소수자 차별하는 건 아닙니다. |
널 위해서라면 별도 따다 줄 수 있는 나란 남자 멋진 남자. |
이렇듯 불상사만 피해갈 수 있다면, 우주의 위기를 코앞에 두고도 만리장성 한 줄 쌓는 것쯤은 범우주적 영웅이자 해결사인 셰퍼드에게 있어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비장함이 감도는 공기 속에서 어쩌면 내일을 맞이하지 못 할지도 모르는 사랑에 기꺼이 불을 지피며 겸사겸사 아군을 끌어 모으고 명성을 드높이다 보면 어느덧 때가 찾아온다.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존망을 건 최후의 전투가 머리맡으로 다가오기 까지는 가장 낮은 난이도로도 20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만 하루에 달하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이벤트도 더러 존재한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
근데 시방 지금 둘이 뭐한다요? |
괄호 위치 왜 이래. |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은, 적어도 ME3에는 해당하지 않는 속설이다. 전작보다 낫다는 평가는 함부로 내릴 수 없을지언정, 그에 준하는 작품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비록 드넓은 우주가 배경임에도 직접 발 디딜 수 있는 장소가 너무 적고, 동료 및 NPC들과의 상호 작용이 가져다주던 자잘한 웃음거리들이 적잖이 자취를 감추었으며,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를 우주 닌자 나부랭이 따위가 대단한 놈인 양 설쳐댄다는 사실 등이 영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해도, 전체적인 완성도와 재미에 비한다면 이러한 불만은 그야말로 옥돌에 묻은 먼지와 다를 바가 없다.
수시로 메일을 확인해 줄 필요가 있다. |
너 재수 없는 거 너도 알지? |
음주는 적당히. |
20여 시간이란 어디까지나 한 번의 클리어에 소요되는 시간이다. 1편이 그랬고 2편 또한 그러했듯이, ME3는 고작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접어두기에는 지나치게 아까운 게임이다. 미쳐 다가가보지 못 한 다른 캐릭터의 여심 혹은 남심을 겨냥해 보기 위한 것은 아니다. 수많은 대화와 선택, 우정과 애정의 구축, 그리고 전투에 이르기까지 ME3는 몇 번을 곱씹더라도 계속해서 진한 단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그저 그런 범작을 어떻게든 즐겨보려고 애쓸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ME3를 한 번 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볼 것을 권한다.
장담하건대, 그 쪽이 훨씬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잔인한 표현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커지는 비결은 무엇인가. |
엔딩을 보지 않았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이하 ME3 엔딩에 대한 누설이 있습니다).
'선택'은 ME 시리즈를 평범한 RPG 그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 준 수많은 장점들을 제치고 가장 밝은 빛을 발하는 미덕이었다. 밀도 높은 서사와 자유도의 보장이라는, 물과 기름과도 같은 두 가지 성분을 절묘한 비율로 혼합하여 하나로 빚어낸 솜씨란 놀라운 것이었다. 그렇게 정성 들여 꾸민 무대 위에서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연대기를 써내려갈 수 있었다. 게임 전체의 커다란 흐름을 비틀어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 하더라도, 힘닿는 범위 안에서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선택에 선택을 거듭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고민과 결단의 기록을, ME3는 고작 10분 만에 한 줌의 재로 만들어버린다. 덧붙여 느닷없이 도래하신 기계 장치의 신께서는 친절하게도 지금껏 네가 해 온 일들 따위 아무런 의미도 뭣도 없는 헛수고였다는 설명을 잊지 않고 덧붙여 주신다. 비극이라도 상관없다. 누군가의 희생을 피할 수 없는 비장한 결말이라 해도 좋다. 그런 것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모두 합해 세 자리 수는 가볍게 넘고도 남을 시간을 들여가며 긴 여정을 끝낸 대가로 찾아온 것은 광활한 우주 한복판에 홀로 내던져진 것만 같은 차가운 공허함뿐이었다.
게임은 누구의 것인가? 그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을 드러내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 ME3의 결말은 창작이라는 행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창작자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작품을 만들어 선보일 권리가 있다. 그러나 내적인 완성도 ― 흔히 말하는 작품성을 추구한다는 명목 아래 실질적인 소비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더구나 그것이 창작자의 자기만족에 가장 큰 가치를 둔 결과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비판과 분노의 화살을 피할 방법이 없다. 상품이라는 범주로부터 완전히 발을 뺄 수 있다면 또 모를까.
운 좋게 화살을 피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엔딩에 이르러 ME3가 보여주는 전개란 '열린 결말'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 있다. 활짝 열리다 못 해 구멍이 숭숭 뚫린 꼬락서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지만, 그 실상은 그나마 가장 모순이 적은 경로를 찾아내보려는 눈물겨운 시도에 다름 아니다. 이 쯤 되면 플롯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여태껏 유지해 온 세계관의 기조를 제대로 된 복선도 없이 한순간에 설익은 부침개 뒤집듯 뒤집어버리는 처사도 납득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기계 장치의 신의 등장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모르겠어. |
그야 물론 이런 표정이지. |
이 모든 비틀림과 골칫거리를 해결할 방법이란 결국 하나뿐이다. 그러나 구멍을 메우고 모순을 해결할 DLC를 내놓는다는 것은, 결국 과오를 시인하는 일종의 자백이 되고 말 것이다. 소비자가 바라는 바를 가늠하지 못 하여 큰 실수를 범하였거나, 혹은 차후의 수익 창출을 위해 다 알면서도 일부러 저지른 짓이거나. 진실이 무엇이든 분통 터지기는 매한가지인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역시나 무료로 DLC를 배포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그럴 가능성은 한없이 0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일 뿐. 누군가의 교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나, 반면교사가 되기란 의외로 쉽다.
물론 다른 묘안이 없지만은 않다. 마지막 싸움을 끝내는데 성공했다면, 머지않아 저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시점에서 잠시 게임을 정지시키기 바란다. 그리고 눈을 감은 뒤,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결말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다. 그렇게 즐거웠던 추억만을 간직한 채로 다시 눈을 뜬 다음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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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까지 가는 과정만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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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참 찰지게 리뷰를 쓰셨네요 ㅎㅎ; 언제나 그렇듯이 또 엔딩 논쟁 나왔는데요, 엔딩을 까는 이유가 비극이라서가 아니고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한 말을 전혀 지키지 못해서에요. 플롯 구멍투성이는 게임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지금까지 선택했던 거 다 무용지물이고 고를 수 있는 게 색깔만 다른 똑같은 엔딩이니... 저를 포함한 1편 부터 즐겨온 게이머들은 화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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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오오 이거슨 2:부왘~~~~ 날가져요 바이오웨어.. 3 파란 똥 빨간 똥 녹색 똥 똥.똥.똥.똥.똥.똥.똥.똥.똥.똥.똥.똥.설사! 3똥 엔딩을 3번본 똥쟁이 게이머의 분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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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본인이랑 생각이 다르면 '해보지도 않고 까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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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체를 플레이한 유저에게 ㅂㅅ 뻘짓하느라 수고했다 라고 압축시키는 대단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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