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미래, 우주 개발 시대가 열리고 화성에 첫발을 내디딘 인류는 '여행자'라고 불리는 존재와 마주칩니다. 인간에게 우호적인 여행자의 도움으로 여러 행성을 식민지로 삼고 전에 없던 황금기를 맞이하지만, 여행자의 적인 '어둠'의 습격으로 상황은 급변합니다. 멸망의 위기로부터 도망친 인류는 결국 여행자의 보호를 받는 최후의 도시에 모여 생존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다시금 힘을 길러 외부로 나가 보니 태양계는 여러 외계 종족들에게 점령당한 상태였습니다. 플레이어는 인류 몰락 시기에 이미 죽은 전사로서, 여행자의 힘으로 되살아나 인류의 운명을 개척할 '수호자(Guardian)'로 활약하게 됩니다.
화성에 새긴 인류의 첫 발자취. |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
척박한 화성에 비를 뿌리는 '여행자'와의 첫 만남. |
■ 운명은 어디로 가는가
데스티니라는 게임이 낳은 수많은 구설수는 앞서 서술한 설정 스토리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입니다. 헤일로 시리즈 개발진의 차기작이라는 기대치 때문인지 출시 전부터 유저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어마어마했던 언론 플레이는 그러한 반응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비록 정식 출시 이후 여러 웹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라는 평을 내놓았지만, 신규 런칭한 프렌차이즈 중 유례없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상업적으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타이틀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과연 데스티니는 이만한 상업적 성공을 거둘 만큼 가치 있는 게임인가?' 이렇게 데스티니의 리뷰를 쓰는 입장에서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따라서 이번 리뷰는 항목별 점수를 먼저 언급하고, 그러한 점수를 매긴 기준에 대해 밝히는 순서로 진행할까 합니다.
번지의 선택은 옳았을까? |
그 대답을 찾으러, 태양계로 떠나보자. |
■ 그래픽 : 90점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앞으로 자신과 함께할 분신을 만들게 됩니다. 직업과 종족, 외모 선택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데스티니의 모델링은 꽤 수준이 높습니다. 컷신에서만 볼 수 있는 미묘한 표정 변화도 잘 구현했고, 종족과 직업에 따른 개성도 풍부합니다. 데스티니의 미술 감각은 기본적으로 판타지와 SF의 결합입니다. 마법에 가까운 스킬을 활용하고 망토 같은 시대착오적인 옷을 두르고 다니는 캐릭터 콘셉트는 나름대로 매력적입니다. 적으로 등장하는 외계 종족 중에도 판타지 세계의 몬스터를 연상시키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SF적인 디자인을 갖춘 종족도 있습니다.
자신의 분신이 될 캐릭터를 만들자. |
적들의 디자인 역시 판타지와 SF의 조합. |
커스터마이징은 다양하진 않지만 종족별로 개성이 확실하다. |
환경 그래픽도 퀄리티가 상당합니다. 아름다운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지구와 달을 포함한 태양계 여러 행성의 특징이 잘 구현되어 있으며, 샌드박스형으로 제작된 여러 행성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멋지게 구현된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 |
그러나 전 세대 콘솔과 동시 발매된 소위 '낀 세대' 타이틀이기 때문인지 몇몇 부분에서 구세대적인 부분이 눈에 띕니다. 가장 체감이 큰 부분은 역시 프레임입니다. 티어링이나 프레임 드랍 없이 안정적인 30프레임을 구현한 점은 칭찬하고 싶지만, 부드러운 조작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FPS 게임에서 60프레임을 구현하지 못한 것은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예정된 데스티니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오픈 월드 게임은 그렇지 않은 게임에 비해 요구 성능이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아닙니다. 또한, 30프레임임에도 불구하고 60프레임에 가까운 조작감을 구현했다는 점은 데스티니가 거둔 가장 큰 기술적인 성과입니다. 데스티니에는 낮은 프레임 때문에 생겨나는 입력 지연 문제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이 덕분에 레이드와 PvP 등 정교한 조작이 필요한 콘텐츠도 재미나게 즐길 수 있습니다.
30프레임이지만, 조작감은 최고. |
탈것의 조작감도 훌륭하다. |
■ 그래픽 총평
장점 : 판타지와 SF를 잘 결합한 개성적인 아트워크, 뛰어난 환경 그래픽과 모델링.
단점 : 낀 세대 타이틀로서 약간 아쉬운 퀄리티. 30프레임.
■ 사운드 : 85점
수준급 O.S.T.로 유명했던 헤일로 개발사의 작품답게, 데스티니의 사운드 역시 훌륭합니다. 특히 상황에 걸맞은 음악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연출력을 높인 점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게임 내내 들어야 하는 '고스트'의 성우 연기가 다소 맥 빠지는 감이 있고, 그 외 캐릭터들의 목소리 역시 대부분 매력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매 시리즈마다 명곡을 한 개 이상 남긴 헤일로 시리즈와 달리, 데스티니에는 기억에 남는 선율이 많지가 않습니다.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괜찮은 음악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번지 소프트가 보여주었던 사운드 분야의 역량을 생각해보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느낌입니다.
이놈의 목소리를 지겹게 들어야 한다. |
캐릭터 연기는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
그 밖에 지적할만한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총기 격발음입니다. 데스티니의 사격감은 여타 FPS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격발음 하나만큼은 조금 아쉬운 구석이 있습니다. 헤일로 시절부터 소위 '뿅뿅 게임'이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번지 소프트는 시끄러운 격발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데스티니에는 헤일로보다 훨씬 많은 총기류가 등장하고 그중엔 꽤 시끄러운 격발음을 들려주는 총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지금보다 격발음의 볼륨을 조금만 더 높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투는 박진감이 넘치지만, 몇몇 총기의 격발음은 다소 아쉽다. |
■ 사운드 총평
장점 : 적재적소에 잘 활용된, 높은 수준의 사운드 트랙.
단점 : 만족스럽지 않은 성우 연기.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총기 격발음.
■ 콘텐츠 : 80점
'30초의 재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30초 동안의 즐거움을 게임 내내 이어갈 수 있다면, 하나의 재미있는 게임으로 완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언뜻 보아서는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 법칙을 잘 구현한 게임은 생각 외로 많지가 않습니다. 특히 지난 세대부터 연출과 스토리 등 유저의 플레이와는 상관없는 부분에 더 역량을 집중한 게임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쏘고, 달리고, 점프하는 FPS의 기본적인 재미는 우선순위에서 다소 뒤로 밀린 감이 있습니다. 어쨌든 번지가 직접 창안한 '30초의 재미'는 헤일로 시리즈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고, 데스티니 역시 이러한 재미가 잘 살아 있는 게임입니다.
재미난 전투는 데스티니의 알파이자 오메가. |
데스티니의 조작감은 헤일로 시리즈에 최신 FPS 게임들의 요소를 첨가한 느낌입니다. 조금 묵직한 조작감, 점프의 중요성, 정교한 물리 엔진을 기반으로 한 탈것 컨트롤 등 많은 부분에서 헤일로 시리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회피 기동을 하거나 실드를 채우기 위해 은·엄폐하는 AI를 상대하다 보면 코버넌트와 싸울 때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헤일로와 데스티니는 분명 다른 게임이기도 합니다. 조준 사격을 기본으로 설계된 사격감과 조작감은 헤일로 시리즈보다 한층 가벼운 느낌이고, 몇몇 상황을 제외하면 총알이 모자랄 일이 없는 전투 구성 등을 보면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이후 자리 잡힌 콘솔 FPS 게임의 대중적인 성향을 빌려온 것 같습니다.
회피 기동을 하는 적도 있고 무작정 돌진하는 적도 있다. |
한 가지 확실한 건, 현세대 콘솔 FPS의 조작 체계를 정립한 번지 소프트의 작품답게 데스티니 역시 기본적인 재미에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여러 웹진에서 공통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데스티니의 PvP, 크루서블 모드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크루서블 모드에서는 레벨이 높은 유저와 낮은 유저의 간격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총기 데미지는 평균치에 맞춰 보정되고, 스킬이나 아이템보다는 유저의 '샷빨'에 승패가 결정됩니다. 게임 종료 후에는 전적에 따라 경험치를 얻고 무작위 보상으로 아이템을 받기 때문에 크루서블만 즐겨도 최고 레벨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PvP의 완성도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오토 라이플과 샷건이 지나치게 애용될 정도로 총기류 밸런스가 좋지 않고, 최근에는 사기적인 고유 옵션이 붙은 익조틱 무기가 풀리면서 소위 '템빨'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직업 간의 밸런스도 상황은 비슷한데,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역시 슈퍼 차지 어빌리티의 존재입니다. 특정 직업의 슈퍼 차지 어빌리티가 지나치게 강한 데다가 실력대로 승패를 가르는 FPS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를 무너트리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슈퍼 차지 어빌리티 덕분에 초보도 가끔은 고수를 이길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성은 확보한 셈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대다수의 플레이어가 만족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다듬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전황을 뒤흔들 수 있는 슈퍼 차지 어빌리티. |
PvP 종료 후에도 보상을 받는다. |
어느 정도 호평받는 PvP 모드와 달리, 데스티니의 PvE 모드는 상당한 비판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흥미진진했던 도입부와 달리 스토리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고 내러티브는 상당히 불친절합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캐릭터도 없고 연출도 그다지 볼만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다수의 미션이 몰려오는 적군을 막고 지역을 탐색하는 것의 반복입니다. 나중에 '볼륨' 파트에서 좀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PvE 콘텐츠는 부족한 분량을 채우기 위해 기존의 것들을 돌려막기 하는 식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데스티니는 네모를 꾹 누른 후 몰려오는 적을 막는 게임입니다. |
그나마 장점을 꼽자면 적의 종류에 따른 개성이 확실해서 공략하는 맛이 있고, 최종 콘텐츠인 레이드 모드가 꽤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레이드 모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MMO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팀원들끼리 손발을 맞춰 보스를 공략하는 재미를 FPS의 감각으로 적절하게 되살렸습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총질'의 재미가 잘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아쉬운 PvE 콘텐츠와 지나친 돌려막기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점수를 나쁘지 않게 매긴 것은 그 때문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30초의 재미'만큼은 어떤 FPS 게임에도 뒤지지 않지만, 그 안을 매력적인 콘텐츠로 채우지 못한 점은 데스티니가 지닌 빛과 그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종 콘텐츠인 레이드는 단 한 종류뿐이다. |
■ 콘텐츠 총평
장점 : 기본에 충실한 재미. 공략하는 맛이 있는 레이드.
단점 :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콘텐츠가 적은 PvE, 밸런스 문제가 존재하는 PvP.
■ 편의성 : 65점
데스티니는 완전한 MMO 게임은 아니지만 MMO의 느낌이 많이 묻어나는 게임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MMO라는 장르가 PC에서 먼저 발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번지 소프트는 이번에도 콘솔에서 새로운 도전에 임한 셈입니다.
실제로 데스티니는 MMO 게임의 장르적 특성에 따른 복잡함을 콘솔로 잘 옮겼습니다. 다른 콘솔 게임과 달리 마우스 컨트롤하듯 아날로그 스틱으로 포인터를 조작하는 방식이며, 이는 빠른 조작은 안 되지만 캐릭터 관리와 메뉴 조작 등 여러 가지 행동이 필요한 MMO의 특성과 잘 들어맞습니다. 인터페이스도 직관적인 편이고 캐릭터 조작법도 다양해서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터페이스와 조작법 구성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편. |
그러나 이처럼 많은 장점에서 불구하고 편의성에 박한 점수를 매긴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로딩이 지나치게 깁니다. 뭘 하든 행성 간 이동을 기본으로 하는 데스티니에서 로딩 화면은 하루에도 몇 번씩 지겹게 봐야 하는 장면입니다. 행성에 돌입하는 장면이나 공간 이동 연출 등은 나름 괜찮게 꾸며져 있지만, 늘 그렇듯 감흥은 빠르게 사라지고 지루함만 남습니다.
실제 우주 여행만큼이나 로딩도 길다. |
둘째, 게임에 필요한 정보를 외부에서 구해야 합니다. 데스티니를 하드코어하게 즐기는 유저라면 번지넷에 반강제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번지넷은 게임 내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여러 정보와 진행 상황을 표시해주는 종합상황실입니다. 데스티니에는 '그리모어 카드'라 불리는 시스템이 있고, 유저의 PvE/PvP 전적이 일정 수준으로 누적될 때마다 업적이 쌓이면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업적 현황은 오로지 번지넷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잘 만들어진 스마트폰용 번지넷 앱이 있긴 하지만, 게임 내에 표시해도 될 만한 수준의 정보를 얻기 위해 외부적인 기기를 별도로 활용해야만 하는 점은 상당히 귀찮게 느껴집니다.
그리모어 카드 획득 후에는 번지넷에서 확인해야 한다. |
더 큰 문제는 레이드처럼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 콘텐츠를 내세운 게임임에도 게임 내 커뮤니티 기능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게임이 발매되기 전, 번지 소프트에서는 데스티니를 제대로 즐기려면 외부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는 일이 필수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어려운 PvE 콘텐츠의 경우 매치 메이킹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통해서 파티를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들은 매치 메이킹으로 모인 유저들이 대충 도전해서 깰만한 난이도는 결코 아니지만, 다른 모드에서는 버젓이 지원하는 매치 메이킹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것은 커뮤니티를 이용하고 싶지 않은 유저들의 선택권을 박탈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커뮤니티 기능은 엄청나게 빈약하다. |
매치 메이킹을 지원하지 않는 주요 미션들. |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굳이 변명거리를 찾자면, 많은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는 MMO의 장르적 특성과 게임 이외의 기능이 제한된 콘솔 기기의 한계가 서로 부딪힌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커뮤니티 기능이 부족한 것에 대한 이유는 될 수 없습니다. PS4나 Xbox One에서도 웹 브라우저 정도는 우습게 돌리는 시대입니다. 외부 커뮤니티와의 연동은 현세대 기기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며, 십자키에 인사나 춤, 앉기 같은 쓸데없는 매크로 대신 파티 찾기에 수월한 커뮤니티 기능을 넣을 수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십자키 위쪽에 "XX 같이 하실 분 구합니다." 등의 대사를 저장해 두었다가 전체 채팅으로 내보내는 정도가 가능하겠지요. 다양한 국가의 유저들이 즐기는 게임이기에 언어적인 장벽이 있긴 하겠지만, 다크 소울 식의 대사 조합 방식을 썼더라면 충분히 극복 가능했을 겁니다. 또 현재 데스티니 커뮤니티에는 어려운 PvE 미션 위주로 파티가 모집되고 있는데, 게임 내에 직관적인 커뮤니티 또는 파티 모집 기능이 있었다면 패트롤이나 재료 채집 등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혼자 하기엔 귀찮은 미션을 함께할 동료도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의 데스티니에는 전체 채팅 기능도 없고, 게임 내 유일한 도시이자 소통의 공간인 '타워'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들르는 유저들이 대부분입니다.
사람은 많아도, 소통은 없는 타워. |
타워는 원래 춤추러 오는 곳입니다. |
이처럼 데스티니는 PC 태생의 MMO 장르를 콘솔로 옮기면서 많은 부분을 간소화했고 결과적으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간소화에 몰두한 나머지 반드시 필요한 기능마저도 빼버리고 외부적인 요소에 의존한 점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MMO의 특성상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떠한 MMO 게임도 외부적인 요소가 '필수'는 아니었습니다. 복잡한 조작과 다양한 기능에 취약한 콘솔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꼭 필요한 기능들을 게임 내에서 구현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크게 실망스럽습니다. MMO라는 장르에 대한 번지 소프트의 이해도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잘한 단점을 꼽자면, 컷신을 스킵할 수 없다는 점과 같은 행성 내에서 이동할 때도 가끔 로딩이 뜬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반복 미션을 할 때 재생되는 컷신들도 스킵할 수 없다. |
■ 편의성 총평
장점 : MMO의 특성을 콘솔로 잘 옮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뛰어난 조작 편의성.
단점 : 지나치게 긴 로딩과 게임에 필수적인 기능들이 아예 구현되어 있지 않은 점.
■ 볼륨 : 40점
태양계를 무대로 펼쳐진 데스티니의 세계관에는 현재 지구와 달, 금성, 화성 등 다양한 행성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PvP에 한해서만 갈 수 있는 수성 등의 행성도 있고, 발매 전에는 같은 행성 내에도 여러 지역이 구현된 것처럼 홍보하면서 스케일에 대한 기대치를 부풀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발매 후 실제 게임의 볼륨은 상당히 적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행성 지도는 마치 여러 지역에 갈 수 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지만, 대다수의 미션이 시작 지점과 중간 루트를 공유하기 때문에 사실상 행성마다 필드는 하나씩만 존재합니다.
게다가 앞서 서술했듯 대부분의 미션이 고스트로 지역을 탐사하고 몰려오는 적을 막아내는 방식이라 반복적인 플레이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금방 질릴 수 있습니다. 이 문제점은 발매 후 데스티니가 비판받은 가장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캐릭터를 육성하고 아이템을 갖춰나가는 MMO 장르에서 볼륨은 타 장르 게임에 비해 훨씬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광활한 행성을 누비고 탐험하는 게임은 절대 아니다. |
유일한 도시마저도 엄청나게 좁다. |
이쯤에서 '데스티니는 20시간 이후부터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라고 했던 제작진의 발언을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의 의미를 뒤집어 생각하면 20시간 이상 플레이하기 전의 데스티니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제작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었습니다. 콘솔로 발매되는 게임 중 상당수가 재미를 느끼는데 길어봤자 1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스티니는 유저에게 참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데스티니는 MMO 스타일의 게임이고 PvP 멀티 플레이가 혼재되어 있기에 일반적인 싱글 플레이 게임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20레벨을 달성하는 과정만큼은 다른 싱글 플레이 게임들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며, 그나마 20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미 한번 즐긴 콘텐츠에 다른 수식어를 붙여서 반복 플레이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게임 내 모든 미션은 높은 난이도와 수식어를 붙여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
사실 이러한 반복 플레이가 꼭 비판받아야 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반복 플레이를 통해 나름대로의 재미를 주는 게임은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 시리즈입니다. 어떤 게임이든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콘텐츠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고, 때로는 콘텐츠의 실질적인 분량은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디아블로 2나 초창기 디아블로 3의 경우 아이템 파밍을 빨리할 수 있는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사냥하는 것이 게임의 시작이자 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식은 데스티니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데스티니의 볼륨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근거는, 다양한 시스템과 보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복 플레이할만한 동기를 부여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초기화되는 레이드와 위클리 스트라이크 미션, 하루에 한 번씩 생겨나는 일일 바운티 등이 그것입니다. 또 뱅가드와 크루서블 등의 평판 수치를 통해 전설급 이상의 아이템을 구할 수도 있고, 그 밖에도 추가적인 평판, 이벤트, 암상인 방문 등의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데스티니는 꾸준히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는 게임입니다. 아무리 운이 없는 유저라도 크루서블과 뱅가드 마크를 꾸준히 쌓아나간다면, 보상 아이템을 통해 점진적으로 강해질 수 있습니다.
마크는 평판 아이템을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
진귀한 아이템을 파는 암상인. |
그러나 이는 데스티니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입니다. 데스티니의 콘텐츠는 유저에게 의무감을 부여함으로써 유지됩니다. 크루서블과 뱅가드 마크는 일주일에 딱 100점씩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채우지 않으면 손해를 봅니다. 팩션 점수를 빠르게 올리려면 일일 바운티를 빼먹어서는 안 되며, 암상인에게 익조틱 아이템을 구매하려면 지속적인 반복 플레이로 충분한 스트레인지 코인을 구비해둬야 합니다.
데스티니의 콘텐츠는 '실체'가 너무도 부족하고 대부분 '숫자'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팩션별 경험치/레벨/바운티가 리셋되는 시간, 이벤트 일정, 지금까지 모은 마크와 재료의 개수 등등이 그것입니다. 실질적인 게임 플레이의 재미는 지나친 반복 작업 가운데 점차 희미해지고 얼마나 오랜 시간 반복 플레이를 했는지 증명하는 누적치만이 가장 큰 가치로 남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MMO 게임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데스티니는 그 한계가 너무도 빨리 찾아옵니다. 그나마 이런 문제점에서 벗어난 콘텐츠가 바로 레이드인데, 아쉽게도 레이드는 단 한 종류뿐입니다. 만약 데스티니가 기본적으로 볼륨이 풍부한 게임이었다면, 이런 시스템은 엄청난 장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부족한 볼륨을 숨기기 위한 얄팍한 꼼수로 보일뿐입니다.
결국 남는 건 '점수' 또는 '개수'뿐. |
플레이 타임과 볼륨을 어떻게든 부풀려 보려는 노력은 게임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아이템 레벨을 올릴 때 재료를 소모하도록 만들어 반복 플레이를 조장한 점이나, 안 그래도 적은 볼륨마저 일부 잘라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일정 기간에만 즐길 수 있도록 제한한 점 등이 그렇습니다.
물론 이런 반복 플레이도 재밌게 즐기는 유저층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게임성'과 '재미'는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합니다. 특히 '볼륨' 항목은 제값을 주고 구매할 만한 게임인지를 판가름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데스티니보다 광활한 세계관과 꽉 찬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임은 상당히 많습니다. 반면 데스티니는 60달러의 가치를 채우지도 못했고, 20시간 이상 반복적으로 즐긴다고 해서 특별해지는 게임도 아닙니다. 20레벨 달성 이후 아이템을 갖춰가는 재미에 어느 정도 빠져들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콘텐츠 재탕과 반복 플레이에 피로감만 쌓여갈 뿐입니다.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제한된 콘텐츠도 있다. |
아이템을 먹었으면 재료 노가다는 필수. |
■ 볼륨 총평
장점 : 다양한 시스템과 보상으로 플레이할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함.
단점 : 지나치게 부족한 콘텐츠. 과도한 반복 플레이를 조장하는 시스템.
■ 개발 의욕 넘치는 질소 게임의 운명
박한 점수를 매기고 날 선 비판을 하긴 했지만, 저는 데스티니를 분명 대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즐겨 보면 공들여 만든 티가 나고 대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재미와 조작감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데스티니를 보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국산 과자가 생각납니다. 아무리 맛있는 과자라도 소비자를 농락하는 질소 포장과 지나치게 비싼 가격 책정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데스티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토리가 허술하고 커뮤니티 기능이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콘텐츠의 분량과 미션의 다양성 부족이었습니다. 절대적인 볼륨만 풍부했더라면, 데스티니는 평론적인 측면에서도 성공적으로 출범한 신규 프렌차이즈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질소를 빼고 그 공간을 맛있는 과자로 채우기만 한다면, 평가는 분명 바뀔 것입니다. 번지 소프트의 명성을 믿고 확장팩마저 예약 구매한 유저들에게 장차 합당한 재미와 보상이 주어지길 기대합니다.
데스티니의 운명은, 분명 더 나아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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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스티니 후훗, 좋은 리뷰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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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공감 리뷰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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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리뷰 잘봤습니다 ~ 장점과 함께 단점도 너무나 명확한 게임이죠. 그 장점이 단점을 극복할만하냐 아니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리고 데스티니는 완전히 mo 라고 보기도 그렇고 mmo 적인 요소가 아예 없는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번지가 이게임을 mmo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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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간이 중요한건 아니죠;; 애초에 10년을 기획하고 제작한 게임인데.. 그리고 장르적으로는 MMO 보다는 MO에 가까운듯 하네요 (리니지와 던파의 차이겠죠) 디아블로는 적은 분량의 콘텐츠에서도 액션게임 못지않은 타격감과 세밀한 난도별 밸런싱이 장시간 플레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들죠. FPS의 액션성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데스티니의 이런 반복적 요소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FPS는 조작감 측면에서 유독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이니까요. 디아블로가 한정된 범주의 Contents 안에서 디테일을 강조했다면 데스티니는 디테일보다는 Contents 범주의 확장에만 너무 열을 올린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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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MORPG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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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스티니 후훗, 좋은 리뷰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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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간이 중요한건 아니죠;; 애초에 10년을 기획하고 제작한 게임인데.. 그리고 장르적으로는 MMO 보다는 MO에 가까운듯 하네요 (리니지와 던파의 차이겠죠) 디아블로는 적은 분량의 콘텐츠에서도 액션게임 못지않은 타격감과 세밀한 난도별 밸런싱이 장시간 플레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들죠. FPS의 액션성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데스티니의 이런 반복적 요소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FPS는 조작감 측면에서 유독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이니까요. 디아블로가 한정된 범주의 Contents 안에서 디테일을 강조했다면 데스티니는 디테일보다는 Contents 범주의 확장에만 너무 열을 올린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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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MORPG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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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리뷰 잘봤습니다 ~ 장점과 함께 단점도 너무나 명확한 게임이죠. 그 장점이 단점을 극복할만하냐 아니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리고 데스티니는 완전히 mo 라고 보기도 그렇고 mmo 적인 요소가 아예 없는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번지가 이게임을 mmo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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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공감 리뷰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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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 14.10.17 18: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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