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살아나는 FPS의 전설
수십 년째 이어져 오는 게임의 역사 속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고 트렌드를 선도한 게임들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헤일로' 시리즈는 FPS의 역사를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게임입니다. '헤일로 : 전쟁의 서막'이 발매되기 전만 해도 FPS는 콘솔에서 즐기기엔 적합하지 않은 장르로 여겨졌습니다. 닌텐도 64 기종으로 등장한 '007 골든 아이' 등 몇몇 성공한 작품이 존재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수많은 대중적 FPS 게임이 출시되던 시기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마우스에 비해 정교하게 에임을 조작할 수 없는 콘솔 게임 패드의 한계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스파르탄 II 시에라-117 '마스터 치프'와 |
그의 A.I. 코타나가 함께하는… |
파괴와 학살의 기록. |
헤일로 : 전쟁의 서막은 이러한 '게임 패드의 한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무기를 휴대할 수 있는 PC용 FPS 게임과 달리 무기의 개수를 2개로 한정했고, 방어막 시스템을 채용하여 현세대 콘솔 FPS의 보편적인 시스템이 된 '자동 회복'을 대중화시켰습니다. 조준 보정을 도입하고 수류탄 투척을 버튼 하나에 대응한 것도 헤일로에서 최초로 시도되었습니다. 그리고 헤일로가 완성한 콘솔용 FPS 조작 체계와 시스템은 일종의 공식처럼 굳어져서 지금까지도 다양한 FPS 게임에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헤일로가 제시한 조작 시스템은 콘솔용 FPS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굳어졌다. |
그러나 헤일로는 단순히 선구자적인 입지 때문에 명작으로 추앙받는 것은 아닙니다. 넓은 샌드박스 맵을 배경으로 여러 탈것을 활용하는 웅장한 스케일, 깊이 있는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배경 스토리, 개성적이고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서 주어진 상황을 돌파하는 전투 시스템, 위협적이고 뛰어난 A.I. 적들과의 사투가 빚어내는 '30초의 재미' 등은 지금도 헤일로 시리즈가 다른 FPS와 차별화되는 이유로 남아 있습니다.
헤일로 시리즈의 또 다른 주역인 아비터와 존슨 상사. |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치프를 만난 자는 모두 죽는다. |
이번에 발매된 '헤일로 : 더 마스터 치프 컬렉션(이하 헤일로 MCC)'은 단순히 고전 명작의 리마스터 이상의 의미를 지닌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의 팬보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신규 팬들에게도 기존의 작품을 한 번에 접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8세대 콘솔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성의 없는 리마스터와 DLC가 범람하는 현시대에, '헤일로 2'의 10주년을 맞아 그래픽과 사운드를 보강한 '애니버서리' 버전과 함께 네 가지 게임을 하나로 묶어서 제공하는 파격적인 구성은 소비자 게이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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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부터 4편까지 한데 모은 리마스터링의 절정. |
앞서 언급한 사항들만 놓고 보면, 헤일로 MCC는 결코 실패할 수 없을 것 같은 타이틀로 보입니다. 실제로도 상업적으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며 지난 11월 발매 이후 Xbox One 판매량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헤일로 MCC는 불명예스럽게도 최근 커다란 비난에 직면한 여러 성의 없는 게임들의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리뷰는, 이미 한 번 검증된 헤일로 1편부터 4편까지의 게임성에 대해 언급하기보다는 리마스터 타이틀이라는 관점에서 게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먼저 살펴볼까 합니다. 또 도저히 실패할 수가 없어 보였던 타이틀이 왜 몰락하게 되었는지, 도대체 어떠한 점이 문제였는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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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헤일로 시리즈의 실체는 코타나의 성형 과정이라 카더라. |
■ 시대의 변화를 체험하다 - 그래픽
어느 순간 유행이 되어버린 고전 명작의 '리마스터'는 사실 달콤한 상업적 유혹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검증된 게임성으로 폭넓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고전 명작의 재발매는 모든 개발사가 염원하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리메이크'를 하기엔 돈이 지나치게 많이 들고, 고전 상태 그대로 게임을 발매했다간 비평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면치 못할 테니 결국 해상도와 프레임을 개선한 '리마스터'라는 절충안이 각광받게 된 것입니다.
리마스터링된 3편과 4편. |
어쨌든 대부분의 '리마스터' 작업은 대상이 되는 게임의 소스는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하고 외형적인 부분만을 다소 손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그래픽의 변화는 리마스터 타이틀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점적인 부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헤일로 MCC의 그래픽은 리마스터 타이틀의 관점에서 볼 때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단순히 해상도와 프레임을 손보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각종 모델링의 전면적인 수정과 광원 추가, 텍스쳐 교체 등 리메이크에 가까운 작업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1편과 2편은 엄밀히 말하면 리마스터와 리메이크의 중간 지점에 놓여 있다. |
1편의 리마스터 작업은 Xbox 360 버전으로도 발매된 바 있는 '헤일로 : 전쟁의 서막 애니버서리'를 토대로 삼아 이루어졌습니다. 1,080p의 해상도와 60프레임을 구현하고 버튼 하나로 고전 그래픽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도 유효합니다. 그리고 헤일로 2 애니버서리 역시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로딩 없이 고전 그래픽으로 전환하는 시스템과 콘솔 하드웨어 성능의 한계 때문에 1,080p 정규 해상도를 구현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우나,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정규 해상도를 지키고 있는 헤일로 1, 3, 4편과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버튼 하나로 10년 전 그래픽으로 되돌릴 수 있다. |
1편과 2편의 그래픽 리메이크는 '세이버 인터랙티브'라는 제작사에서 외주를 맡아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그래픽의 질만 놓고 보면 엄청나게 좋진 않지만 고전 엔진을 그대로 활용한 리마스터 타이틀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세세한 디테일을 뜯어보면 조금씩 아쉬운 점이 눈에 띄는데, 대표적인 것이 오리지널 버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 '밝기' 문제입니다. 1편은 원작에 비해 다소 밝아진 편이고, 2편의 경우 게임 진행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일부 레벨이 지나치게 어두워졌습니다.
1편은 원작에 비해 밝고, 2편은 지나치게 어둡다. |
헤일로 2 애니버서리의 컷신은 헤일로 MCC에서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한 부분입니다. 실사를 방불케 하는 수준 높은 모델링과 배경을 활용하여 원작의 여러 장면을 인상 깊게 구현했고, 구 그래픽으로 돌려가면서 감상하다 보면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게 됩니다. 또 헤일로 5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예상되는 '로크 요원'과 헤일로 2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아비터'와의 대화 컷신을 추가함으로써 후속작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컷신들. 퀄리티가 상당하다. |
헤일로2 애니버서리 멀티 플레이는 싱글 플레이와 전혀 다른 느낌의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사실상 헤일로 MCC 멀티 플레이 모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1/2/3/4편 멀티 플레이는 오리지널의 그것을 고스란히 이식한 반면, 헤일로2 애니버서리 멀티 플레이는 모델링과 물리 엔진 등 세부적인 부분마저 죄다 뜯어고친 '리메이크'에 가깝습니다. 그래픽의 질만 놓고 보면 최신작인 헤일로 4보다 더 좋습니다. 대신 맵 디자인이나 기본적인 콘셉트는 오리지널의 그것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에 현세대적인 감각으로 헤일로 2를 즐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에 가까운 헤일로 2 애니버서리의 멀티 플레이. |
3편의 리마스터는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많은 부분이 수정된 1, 2편과 최신작인 4편과 달리, 3편은 그래픽의 질만 놓고 보면 제일 뒤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Xbox 360의 성능으로 인해 구현하지 못했던 고해상도 텍스쳐와 세밀한 환경 묘사 등을 되살리고 1,080p의 해상도를 채용해서 고전 헤일로 본연의 느낌을 가장 잘 구현한 버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평가하면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그래픽이지만, 헤일로 3가 만들어진 시기의 기술적인 한계와 미술적인 완성도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또 헤일로 1, 2 애니버서리는 외주 작업 때문인지 오리지널 헤일로의 미술 감각과는 다소 이질감이 있는데, 헤일로 3만큼은 그러한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3편의 모델링은 많이 뒤떨어지는 편. |
입력 지연 문제도 개선되었다. |
헤일로 4는 애초에 Xbox 360에서도 좋은 그래픽을 보여주었던 만큼 헤일로 MCC 버전의 그래픽도 만족스럽습니다. 일부 구간에서의 프레임 드랍이 눈에 띄긴 하지만, 격렬한 전투 구간에서는 대부분 안정적인 프레임을 유지하기 때문에 크게 흠잡을 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4편의 그래픽은 현세대 기준으로 봐도 나쁘지 않은 수준. |
■ 인상적인 선율로 빚어내는 최고의 연출력 - 사운드
헤일로 시리즈는 대대로 사운드 부분에서만큼은 늘 최고의 평가를 받아온 게임이었습니다. 번지 소프트에서 만든 2편과 3편의 경우 총기 격발음에 한해서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긴 했으나, 한 번만 들어도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선율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연출력을 높인 부분은 탁월하다고 인정받아왔습니다. 실제로 신 나는 음악과 함께 적들을 몰살하는 전투의 재미는 여타 FPS 게임에선 느끼기 힘든 감각입니다.
헤일로 시리즈의 음악은 전투에 흡입력을 불어넣는다. |
343 인더스트리에서 제작을 맡은 헤일로 4의 경우엔 배경 음악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적재적소에 음악을 활용하는 '연출력'이 이전보다 뒤떨어졌기에 실제보다 많이 저평가된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헤일로 4 최후의 전투에서 흘러나오는 O.S.T. 'Arrival'과의 조합만큼은 이전 헤일로 시리즈와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는 수준을 보여줍니다.
4편에서 최고의 사운드 연출력을 보여준 최후의 전투. |
헤일로 MCC의 경우엔 1/3/4편은 오리지널의 사운드를 고스란히 이식했지만, 2편만큼은 많은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오리지널의 뒤떨어지는 타격감을 되살리기 위해 모든 총기류 사운드를 새로이 녹음했고, 배경음과 총기 사운드의 볼륨을 적절히 조정하여 게임에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실제로 구 버전과 애니버서리 버전을 돌려가면서 플레이하다 보면 사운드의 변화를 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구 버전으로 전환하면 음악도 구 버전으로 바뀐다. |
결론적으로 헤일로 MCC는 뛰어난 오리지널 사운드에 공들인 추가 작업을 덧붙임으로써 역대 헤일로 시리즈 중 가장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이는 본 리뷰어가 사운드 점수에 과감히 100점을 부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국내 정식 발매 버전의 경우 성우들의 뛰어난 열연으로 완벽하게 현지화되었다는 점도, 사운드 점수에 크게 기여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정구 성우와 엄현정 성우가 참여하지 않은 헤일로는 이제 상상도 할 수 없다. |
■ 전통에 충실한 FPS 타이틀의 부활 - 콘텐츠, 볼륨
본 항목에서는 헤일로 MCC의 콘텐츠와 볼륨, 두 평가 기준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기존에 발매한 게임들의 합본인 만큼 볼륨은 넘치게 풍부한 편이고, 다양한 모드에 대한 평가는 곧 전체적인 볼륨의 평가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헤일로 MCC는 헤일로 : 전쟁의 서막부터 시작하여 2/3/4편에 이르기까지 마스터 치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헤일로 본편의 합본입니다. 여기에 각 시리즈의 오리지널 멀티 플레이를 전부 수록했고, 헤일로 2의 멀티 플레이를 리메이크한 애니버서리 모드까지 탑재하여 총 5가지로 구성된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게다가 헤일로 4에 포함되어 있었던 '스파르탄 옵스' 모드도 조만간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멀티 플레이의 경우 현재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이 문제는 차후 '편의성' 파트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것입니다.
싱글 플레이 모드의 볼륨과 전체적인 콘텐츠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
싱글 플레이 모드는 1/2/3/4 전편을 수록한 것은 물론이고 '플레이리스트' 기능을 통해 서로 다른 시리즈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미션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오리지널에 있던 '해골' 시스템을 고스란히 계승하여 같은 미션도 다른 방식, 상이한 난이도로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1편과 2편은 2인, 3편과 4편은 4인까지 협동 플레이를 지원하며, 온라인 협동 플레이와 화면 분할 협동 플레이 모두 가능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 |
해골도 여전히 존재한다. |
사실 현세대적인 관점으로 즐기기엔 헤일로 MCC의 싱글 플레이 모드는 다소 예스러운 느낌이 묻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1편과 2편의 경우엔 구 Xbox의 부족한 메모리 문제로 같은 배경이 자주 반복된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FPS 게임에선 대중화된 '질주'와 '조준 사격'의 부재는 신규 유저들에겐 다소 답답한 느낌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1편의 '인덱스 입수' 미션은 반복적인 구성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다. |
그러나 최신 FPS 게임에서는 느끼기 힘든, 헤일로 시리즈만의 매력 또한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샌드박스형 미션 진행 방식입니다. 다양한 탈것이 등장하는 가운데 적군과 아군 A.I.가 격돌하는 대규모 전투는 헤일로 시리즈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난 타이틀이 바로 3편인데, 특히 아군 A.I.들과 힘을 합쳐 스캐럽을 파괴하는 미션은 헤일로 팬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반면 헤일로 4의 경우, 샌드박스형 미션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전 시리즈에 비해 높은 평가를 얻지 못했습니다.
헤일로의 대표적인 탈것, 워트호그. |
스캐럽과의 전투는 헤일로 3 최고의 미션 중 하나. |
또 다른 특징은 적의 종류와 무기에 따른 개성이 확실하고 A.I.가 위협적이라는 것입니다. 흔히 초심자들이 상대하기에 어려워하는 적인 '엘리트'의 경우, 높은 난이도로 가면 소총을 난사하는 전법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플라즈마 피스톨로 차지 샷을 날려서 방어막을 제거한 후 매그넘이나 배틀 라이플 같은 단발형 무기로 바꿔서 헤드샷을 쏘면 생각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위 '뉴비 콤보'라고 하여 멀티 플레이에서도 각광받는 헤일로의 아주 기초적인 전투 방법 중 하나입니다. 물론 헤일로에는 엘리트 이외에도 다양한 적이 등장합니다. 따라서 적의 종류에 따른 공략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어떠한 무기가 효율적인지를 깨우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플레이 방식은 여타 FPS 게임에선 찾아보기 힘든 헤일로만의 전략성과 재미를 낳은 가장 큰 요소가 되었습니다.
플라즈마 차지 샷은 방어막을 무력화한다. |
플러드에겐 샷건이 즉효약. |
멀티 플레이는 다른 게임의 데스매치라고 할 수 있는 '슬레이어'와 아드볼, 구역 점령 같은 소수전을 중심으로 치러집니다. 물론 큰 맵을 배경으로 장비전을 펼치는 빅 팀 배틀 같은 대규모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리즈마다 조작감과 슈팅감이 모두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매치를 골라서 즐기면 되고, 여러 시리즈의 개성을 모두 맛보고 싶은 유저를 위한 통합 모드도 존재합니다.
모든 시리즈의 멀티 플레이를 즐겨볼 수 있다. |
헤일로의 멀티 플레이는 그 어떠한 FPS 게임보다 '실력 우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유저가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것은 FPS 게임이라면 당연한 부분이지만, 헤일로는 그 격차가 상당히 큰 게임입니다. 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고수는 매치 초반부에 강력한 파워 웨폰을 차지해서 초보들을 농락합니다. 여타 게임에 비해 지형지물을 넘나드는 점프와 무빙이 중요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루트로 침범한 고수의 공격을 맞아 사망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사격과 무빙을 동시에 수행하는 고수들의 실력 앞에 뒤치기에 성공하고도 역전당하는 일도 많습니다. 이러한 헤일로의 멀티 플레이는 초심자들이 적응하기엔 매우 어려운 환경이지만, 반대로 수많은 마니아를 낳은 지지기반이 되기도 했습니다.
파워 웨폰을 차지하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게다가 본 작품에서는 이 모든 요소가 60프레임으로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구 Xbox와 Xbox 360용 헤일로 시리즈에서 30프레임은 분명 발목을 잡는 요소였고, 그러한 문제가 해결된 MCC 버전에서는 전보다 한층 쾌적한 슈팅감으로 헤일로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현세대 FPS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에게 헤일로 시리즈는 여전히 답답한 고전 FPS 게임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콘텐츠에 95점이라는 매우 높은 점수를 매긴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 모두 헤일로 시리즈가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는 개성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부터 가볍고 빠른 템포의 게임들이 FPS 장르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전통에 충실했던 헤일로 만큼은 시리즈 특유의 유니크함을 간직한 게임으로 남았습니다. 내년에 출시될 '헤일로 5 : 가디언즈'는 좀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헤일로 MCC를 통해 헤일로 시리즈만의 개성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 헤일로 5 : 가디언즈. |
이 시리즈의 끝은 어디일까? |
■ 시리즈의 명성에 먹칠하다 - 편의성
이처럼 공들여 만든 리마스터링 작품임에도, 매치 메이킹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제점 때문에 출시 후 커다란 비난 여론에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출시 초기에는 사실상 매치 메이킹이 불가능했고, 수많은 패치가 이뤄진 현재에 와서야 간간이 매치가 잡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멀티 플레이 환경은 '쾌적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그리고 더 빠른 패치와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물론 헤일로 MCC는 싱글 플레이 모드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의 플레이 타임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게임이긴 합니다. 그러나 본 작품을 구매한 팬들의 상당수는 이미 몇 번이고 엔딩을 본 싱글 플레이 모드보다는 60프레임의 환경에서 멀티 플레이 모드를 즐기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제아무리 볼륨이 풍부하다고 해도, 약속된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점은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특히 헤일로 시리즈의 멀티 플레이는 콜 오브 듀티, 배틀필드 시리즈와 함께 가장 대중화된 콘솔 멀티 플레이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싱글 플레이 모드에 집중한 여타 FPS 게임에 비해 멀티 플레이 모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큰 만큼 사실상 콘텐츠의 절반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편의성 점수를 엄청나게 칼질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 |
패치할 때마다 조금씩 나아지긴 하지만……. |
싱글 플레이 모드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리지널 버전에도 있었던 버그들마저 고스란히 이식되었고, 심지어 원작에도 없던 버그들이 덧씌워졌습니다. 미션 종료 후 도전과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일도 있고, 게임 도중 갑자기 대시보드로 팅기거나 세이브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 등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매주 이뤄지고 있는 패치는 대부분 매치 메이킹 환경 개선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싱글 플레이 모드의 버그는 언제 해결될지 기약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뜬금없이 바닥이 사라졌다. |
도전과제가 풀리지 않는 버그. |
넘쳐나는 버그와 매치 메이킹 문제를 빼고 게임 자체의 편의성에 대해서만 평가해보자면, 몇몇 부분은 상당히 잘 만들어졌지만 반대로 몇몇 부분은 엄청나게 부실합니다. 대표적으로 잘 만들어진 부분은 바로 체계적인 메뉴 구성입니다. 헤일로 MCC는 4개의 싱글 플레이 모드와 5개의 멀티 플레이 모드, 거기에 다양한 크로스 게임 리스트와 멀티 대전 방식까지 탑재한 게임입니다. 여러 모드가 존재하다 보니 사실상 메뉴 구성이 중구난방이 될 확률이 높았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설정과 게임 모드를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습니다.
특히 조작 설정에 관해서는 상당히 높은 자유도를 제공합니다. 헤일로 1편부터 4편까지 등장했던 모든 종류의 조작법을 수록하고 있고, 시리즈별로 다른 조작 방식과 에임 감도를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헤일로 3의 경우 FOV 값과 에임을 움직이는 감각이 다른 시리즈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설정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 메뉴 구성은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편. |
각 타이틀마다 자유로운 조작 설정이 가능하다. |
부족한 점은, 앞서 언급한 사항 이외엔 조절 가능한 옵션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는 것입니다. 주어진 옵션은 자막과 음성 채팅을 끄고 켜는 기능이 전부입니다. 음량 조절이나 밝기 조절 등 당연히 있어야 할 옵션도 없습니다. 앞서 그래픽 평가 파트에서 헤일로 2 애니버서리의 몇몇 레벨이 지나치게 어둡다고 했는데, 게임 내에 밝기 옵션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더욱 큰 문제로 불거진 면도 있습니다.
조작법 이외의 옵션은 이게 전부. |
시리즈의 팬이지만, 농락당한 기분. |
■ 전설을 재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서문에서 밝혔듯, 헤일로 MCC는 출시되기 전에만 해도 헤일로 시리즈의 팬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타이틀이었습니다. 신작이 아닌 리마스터 작품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4개의 게임을 타이틀 하나 가격에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전폭적인 리메이크 작업과 모드 추가까지 이루어진, 상당히 파격적인 구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근 부족한 볼륨을 DLC로 때우려는 몇몇 게임사의 몰지각한 행보와 과도한 리마스터 열풍에 경종을 울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헤일로 MCC마저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도 않은 게임을 연말 시즌에 맞추기 위해 성급하게 발매함으로써 스스로 비난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팬들에게는. |
헤일로 MCC 발매와 함께 헤일로 채널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중 '전설을 리메이크하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구 헤일로 시리즈의 명성과 인기에 대해 다시금 짚어보고 헤일로 2를 리메이크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실제로 헤일로 시리즈는 구 Xbox에 힘을 실어준 게임이자 북미 지역에서는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른 '전설적인' 게임이지만, 현 상황을 보면 '전설'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써가면서 자화자찬할 상황은 아닌 듯합니다. 뒤늦게나마 전설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시리즈의 오명으로 남을 것인지는 결국 개발사인 343 인더스트리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리뷰어이기에 앞서 시리즈의 팬으로서,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진정한 '전설의 부활'을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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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전 파판7 영상봤는데 이게 창렬이면 스퀘어 폭파되도 할말없을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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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났어요. 새로운 전쟁이 또 시작되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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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어 리마스터가 대세를 이끌었다는 말은 처음 듣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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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어 만물 창조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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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성우와 엄현정 성우가 참여하지 않은 헤일로는 이제 상상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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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전 파판7 영상봤는데 이게 창렬이면 스퀘어 폭파되도 할말없을거 같아.... | 14.12.07 16: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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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팬들에게는" ㅜㅜ | 14.12.07 19: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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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렬은 양이 적음을 의미하는 거니까 이건 혜자롭죠. 질의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 | 14.12.14 14: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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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성우와 엄현정 성우가 참여하지 않은 헤일로는 이제 상상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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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어 리마스터가 대세를 이끌었다는 말은 처음 듣는군요 | 14.12.09 16: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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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어 만물 창조설 ㄷㄷ | 14.12.15 15: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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