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트로이드바니아(Metroidvania)
'메트로이드바니아(Metroidvania)'란 시대를 풍미한 2D 액션 플랫포머 게임인 '메트로이드(Metroid)'와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악마성'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는 '캐슬바니아(Castlevania)'의 합성어입니다. 줄여서 '메트로바니아(Metrovania)'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악마성 시리즈는 본래 전통적인 2D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었지만, 메트로이드의 영향을 받은 '악마성 드라큘라 X 월하의 야상곡'이 높은 평가를 얻은 이후 두 게임의 스타일을 계승한 게임들을 통틀어 '메트로바니아 스타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메트로바니아 스타일'의 원조 격인 게임들. |
적들을 섬멸하고 코스를 공략하면 되는 여타 액션 게임들과 달리, 메트로바니아 게임은 지역을 탐색하고 새로운 능력을 얻어 또 다른 지역을 개척하는 '탐험'의 요소가 매우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 액션 게임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오픈 월드 게임의 특성이 어느 정도 가미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게임성 덕분에 메트로바니아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전성기가 지난 현대에도 적지 않은 마니아층과 작품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발매된 작품들 중에서는 '과카멜레(Guacamelee)'와 '스트라이더 비룡' 등이 대표적입니다.
오늘날에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메트로바니아 스타일 게임들. |
오늘 다룰 작품인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는 메트로바니아 장르의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훌륭한 게임성과 아름다운 비주얼, 기억에 남는 음악을 한 몸에 갖춘 명작 타이틀입니다. 19.99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었음에도 AAA급 타이틀 이상의 재미까지 갖춘, '돈값 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 게임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매력에 대해,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뛰어난 그래픽과 강렬한 재미로 무장한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 |
■ 아름다운 세계관에 빠져들다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의 세계관은 매우 섬세한 2D 그래픽을 바탕으로 아름답게 꾸며졌습니다. 게임의 주 무대인 니블 숲은 동화적인 감각으로 그려진 한 폭의 신비한 그림과도 같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둠에 잠긴 숲의 느낌은 다소 암울하면서도 한편으론 환상적입니다. 게임의 무대가 옮겨가면서 비주얼도 조금씩 변하는데, 용암이 끓어오르는 동굴과 모든 것이 얼어붙은 폐허 등,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배경을 감상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배경들.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끔 가시 같은 일부 위험한 오브젝트가 배경과 동화되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모든 배경과 오브젝트가 흰색으로 구성된 얼어붙은 폐허에서 가장 두드러집니다. 또 오리의 이동 속도보다 화면의 스크롤 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라 몇몇 탈출 미션에서는 다소 답답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가시 함정. |
뛰어난 음악 또한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게임의 메인 테마는 한 번 듣자마자 기억에 남을 만큼 아름다운 선율로 구성되어 있고, 장소와 상황에 걸맞은 테마로 어레인지되어 다양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색적인 언어를 들려주는 성우 연기와 피격 및 타격 사운드, 그리고 가끔 오리가 내지르곤 하는 음성 등 사소한 부분까지도 상당히 높은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다채로운 배경에 걸맞은 아름다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
■ 감성을 자극하는 비주얼과 연출력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의 스토리는 기근 때문에 엄마 같은 존재였던 '나루(Naru)'를 잃은 오리가 숲으로 떠나 악의 근원인 '쿠로(Kuro)'와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스토리의 흐름만 놓고 보면 흔한 동화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게임을 즐기다 보면 뛰어난 비주얼과 사운드, 연출력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감성적인 느낌에 빠져들게 됩니다. 장황한 설명이 아닌 간략한 대사와 비주얼로 상황을 전달하는 연출력은 매력적이며, 이는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의 스토리가 실제보다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즐거웠던 한때. |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
■ 플랫포머의 본질에 충실한 게임 플레이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의 플레이 방식은 앞서 설명했던 '메트로바니아'의 그것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오리는 초반에는 점프 이외엔 아무런 능력도 지니고 있지 않지만, 이후 차지 공격과 벽 타기, 2단 점프, 배쉬 점프 등 다양한 능력을 얻어가면서 숲의 새로운 지역을 탐색하고 점점 더 강해지게 됩니다. 해당 장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메트로이드 1편은 유저가 직접 올바른 길을 찾아가야 하는 다소 불친절한 게임이었지만, 본작의 경우엔 목표 지점이 명확하고 코스 공략도 직관적이라 길을 헤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새로운 능력을 얻으면 이전엔 갈 수 없던 곳에 도달할 수 있다. |
레벨 디자인 역시 유기적으로 잘 짜여 있고 완성도가 높습니다. 앞서 메트로바니아 게임은 '탐색'의 요소가 중요시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본작의 경우엔 숨겨진 아이템을 찾을 때를 제외하면 탐색보다는 코스 공략의 재미를 더욱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지나친 관성 때문에 조작이 어려운 몇몇 플랫포머 게임들과는 달리,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의 조작감은 상당히 정교하고 섬세합니다.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지점으로 점프하는 것이 가능하고, 달리기에도 관성이 매우 적어 절벽에서 미끄러진다든지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정확하고 직관적인 플랫포밍 시스템. |
그러나 공략법이 직관적이고 조작감이 좋다고 해서 난이도까지 낮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본작의 아름다운 비주얼에 넘어가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 중에는 분명 커다란 좌절을 맛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본래 플랫포머라는 장르 자체가 여타 게임들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만, 본작의 난이도는 가끔 악랄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수 mm 단위의 정확한 조작을 요구하는 코스가 상당수 마련되어 있고, 특히 게임 종반부에 도달하는 용암 지대는 발 디딜 곳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사람 잡는 난이도. |
이러한 어려움은 코스 자체의 난이도 문제도 있지만, 이 게임만의 독특한 시스템인 '배쉬 점프' 때문이기도 합니다. 적이나 투사체를 대상으로 시전할 수 있는 배쉬 점프는 2단, 3단 점프를 넘어 10단 점프까지도 가능케 하는, 한편으로는 사기적인 기술입니다. 그러나 배쉬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적이나 투사체와 가까이 붙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몇몇 코스의 경우 한 번의 실패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극악한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배쉬 점프를 활용해야만 통과 가능한 퍼즐과 구간도 여럿 존재하기 때문에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배쉬 점프를 이용한 퍼즐. |
한 번의 실수가 사망으로 이어진다. |
이처럼 어려운 게임이지만, 초보자를 위한 배려도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에너지 포인트를 소모하여 원하는 지점에 세이브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지점에서만 세이브를 할 수 있거나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도전해야 하는 몇몇 어려운 게임들과 달리, 본작은 어려운 코스를 통과할 때마다 세이브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세이브에 필요한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꾸준한 탐색으로 에너지 셀을 많이 확보했다면 세이브를 자주 하면서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꾸준한 세이브만이 살 길. |
물론 세이브가 불가능한 구간도 존재한다. |
숨겨진 어빌리티 셀을 찾고 경험치를 모아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도 재미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한 분야를 집중 강화했다면 자연히 다른 한 쪽은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잘 생각해서 능력치를 분배해야 합니다. 본 리뷰어의 경우, 1회차에서는 방어 및 회복 능력을 지나치게 많이 투자한 나머지 공격력이 부족해서 적들을 빨리 처리하지 못해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경험치 획득량 증가 능력을 선행 투자한 2회차에서는 초반에는 공격력과 방어력이 부족해 고생했지만, 빠르게 성장한 게임 중반부부터는 게임을 훨씬 쉽게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어빌리티 포인트를 모으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
이처럼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는 오로지 어렵기만 한 게임은 결코 아닙니다. 기본적인 난이도 자체는 높은 편이지만 초심자를 위한 배려와 돌파구가 많이 마련되어 있고, 메트로바니아 게임답게 맵 도처에 숨겨진 요소들을 많이 찾아낼수록 점점 더 쉬워집니다. 점프 메커니즘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어려운 코스도 역동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으며, 점프 그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플랫포머 게임의 본질을 잘 구현했습니다.
숨겨진 아이템을 많이 찾으면 게임이 수월해진다. |
플랫포머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확실하다. |
그러나 전투 시스템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사정 거리 내에 적이 들어왔을 때 공격 버튼을 연타하면 유도탄이 나가는 방식입니다. 이는 주먹질이나 밟기, 투사체 발사 등의 시스템을 갖춘 여타 플랫포머 게임들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교한 조작이나 위치 선정도 필요 없고, 최대 사거리를 오가면서 공격 버튼만 연타하면 대부분의 적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처음 접할 때는 나름 세련되고 손쉬운 것처럼 여겨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특히 공격 관련 능력치를 풀 업그레이드 했을 때에는 공격 버튼을 누르면서 달려가기만 해도 주변의 적들 대부분이 정리될 정도로 강력해집니다.
전투 시스템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
물론 차지 플레임이나 배쉬, 스톰프 등 다양한 공격 기술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차지 플레임과 스톰프는 둘 다 효과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서 전투를 더욱 단순하게 만드는 데 일조합니다. 그나마 적의 투사체를 되돌려보내는 배쉬 정도가 정교한 조작을 필요로 하는데, 사실상 배쉬 점프를 이용한 퍼즐을 풀 때가 아니면 잘 쓰이지 않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순 없습니다.
공격 기술은 많지만, 다양하게 활용되진 않는다. |
■ 아쉬운 2회차 요소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의 플레이 타임은 메트로바니아 게임의 특성상 유저의 성향과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규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맵 전체를 훑고 숨겨진 요소를 모두 찾아 헤매다 보면 10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으며, 반면 엔딩만을 목표로 빠르게 진행할 경우 3시간 이내에 클리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이는 숙련된 게이머만이 가능한 도전이긴 합니다.
숨겨진 요소를 모두 찾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
그러나 플레이 타임과는 별개로 2회차 요소가 전무하다는 점은 다소 비판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업그레이드 요소를 연동해서 2회차를 즐기는 것도 불가능하고, 엔딩을 보았다고 해서 더 높은 난이도가 풀리는 것도 아닙니다. 메트로바니아 류 게임들의 상당수가 엔딩 이후에도 콜렉션 요소를 채울 수 있도록 자유로운 맵 탐색을 허용하는 것에 반해, 본작은 엔딩을 보면 세이브 파일 자체가 잠겨버립니다. 이러한 단점은 1회차에서 숨겨진 요소를 전부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보니 더욱 부각되는 면이 있습니다. 몇몇 지역은 한번 나오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며, 그런 지역에도 숨겨진 장소나 아이템이 존재하다 보니 도전과제 100% 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유저들에게는 상당히 짜증 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한 번만 들어갈 수 있는 지역. |
엔딩 이후에도 연동 요소는 없다. |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연동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작을 2회차, 3회차까지도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는 어떤 점에서는 고전 플랫포머 게임들의 DNA를 간직하고 있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몇 번을 클리어해도 재미있었던 과거의 그 게임들처럼, 본작 역시 공략 시간을 단축하고 사망 횟수를 줄여가며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재미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클리어 시간과 사망 횟수가 전부 세이브 파일에 기록되고 리더 보드에 등재되는 시스템은 이러한 도전 욕구를 더욱 자극합니다.
몇 번을 플레이해도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진행 상황은 모두 기록되어 리더 보드에 등재된다. |
■ 다양성을 지켜가는 명작의 출현
개인적으로 플랫포머 장르의 팬으로서 오랫동안 이 게임의 발매를 기다려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기다림은 분명,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3D 그래픽과 영화 같은 연출을 갖춘 AAA급 게임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때로는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 같은 게임을 통해 신선한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도 본 작품처럼게임계의 다양성을 지키는 데 기여하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명작들이 더욱 많이 출시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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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긴 떳죠 가요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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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긴 떳죠 가요계를.. | 15.03.30 22: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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