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사실 전 예전에 야구를 매우 싫어했습니다. 다 큰 형들이 가만히 서서 지겹게 노려보다 공 하나 던지고 다시 노려보는데, 뭘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죠. 차라리 새벽에 해외 축구 경기 보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것 같네요. 다음 날 학교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챔스가 어쨌느니 박지성이 어쨌느니 하는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네요.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제 외모도 아저씨처럼 변했고 그땐 형 같던 야구 선수들은 대부분 은퇴하고 동생 같은 선수들이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이젠 알겠더군요. 그때 그 형들이 지겹게 노려보다 공 하나 던지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요. 볼 카운트 2-2와 3-2의 엄청난 차이, 카운트 하나를 더 잡기 위한 계산,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한 계산, 그리고 이 모든 계산을 무너뜨리는 홈런과 큰 웃음을 주는 실책들까지. 이젠 정말 알겠더군요. 야구의 재미를 말이죠.
10년이 흐르는 동안 많이도 변한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게임 'MLB 15 더 쇼'입니다. 2006년에 시리즈 첫 작품이 나왔었죠. 정식 발매 버전의 표지는 꽤 촌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이 배열되어 있고 한쪽 구석에 데이빗 오티즈가 흑백으로 들어가 있는, 지금 보기엔 약간 산만해 보이는 표지였었죠.
전 사실 이때 더 쇼라는 게임에 대해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저 잠깐 있다가 없어질 여러 야구 게임 중 하나로 생각했죠. 그때만 해도 나중에 다른 MLB 게임들이 다 없어지고 더 쇼 시리즈만 남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MLB 게임 중에선 OOTP나 모굴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외하면 이제 정말 혼자만 남았군요. 이러한 상황 때문에, 그리고 이러한 시기 때문에, 이젠 정말 중요하고 각별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저의 마지막 남은 등불인 이 시리즈가 10주년을 기념해서 어떻게 나왔을까요? 더 쇼 15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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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06 더 쇼 때 표지와 MLB 15 더 쇼의 표지를 비교해 보자. |
당연한 말이지만 게임 내 그래픽도 몰라보게 바뀌었다. |
시각적으로 보이는 부분에선 역시 더 쇼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여전히 섬세하고 아름답게 구장과 선수들을 표현하고 있죠. 원래 좋았던 것으로 부족했던 것인지 전작에 비해 모델링이 더 정교해졌습니다. 특히 구장 모델링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는데, 각 구장의 상징적인 구조물이나 특징을 잘 재현한 것은 물론이고 흙과 잔디의 색깔까지 그대로 가져온 듯한 모습입니다. 또한, 전작에서는 선수들이 착용하고 있는 배트나 글러브 등의 장비가 포지션에 맞지 않거나 천편일률적이었던 반면에, 이번 작품에서는 각종 장비의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정확하고 섬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글러브는 확대해서 봐도 디테일이 부족하지 않으며 사소한 디자인이나 가죽의 느낌까지 잘 살린 느낌입니다.
구장 모델링이 더 정교해졌다. 구석구석 표현하려고 신경을 많이 쓴 모습. |
글러브 같은 장비도 특징과 디자인을 잘 살렸다. 특히 매듭과 가죽 느낌이 아주 섬세하다. |
이렇게 구장과 선수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 위에 실시간 그림자 효과와 실시간 광원 효과가 더해진 것이 매우 뛰어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경기가 시작하는 계절, 시간, 날씨에 따라 경치가 다를 뿐만 아니라, 한 경기 안에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습이죠. 예를 들어, 해가 일찍 떨어지는 계절의 오후 1시에 게임을 시작하면 처음에 맑고 화창하던 분위기에서 경기를 진행하다가 게임이 막바지에 이르면 어느덧 하늘이 석양으로 물들고 그림자의 길이도 길어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개인적으로 야구장을 자주 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도심의 빌딩과 푸른 잔디와 선수들과 관객이 어울리는 야구장 특유의 분위기인데, 다양한 효과 덕분에 이런 분위기가 게임에서 잘 재현되는 느낌이 드는군요. 정말 좋습니다.
맑은 날과 흐린 날의 분위기가 상당히 대비될 뿐만 아니라… |
같은 날씨라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 석양 지기도 하고 그림자가 길어지기도 한다. |
하지만 역시 스포츠 게임에서 가장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은 선수들의 동작이 아닐까요? MLB 14 더 쇼에서도 모션에 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곳곳에 미흡한 부분도 꽤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2~3가지 동작이 연결되는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을 남겼었죠.
이전 작품에 와서는 어색했던 부분들이 대부분 잡혔을 뿐만 아니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모션이 연출되어 선수들의 움직임이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내야 다이빙 캐치 이후에 일어나서 1루에 송구하는 장면, 맨손 캐치 후에 이어지는 점핑 스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뒤에 베이스를 잡고 일어서는 모습 등 대부분의 장면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마음속으로 '게임이 벌써 여기까지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구종에 따라 투수가 공을 쥐는 그립도 실제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건 전작에서도 있었는지 미처 확인을 못 해봤습니다만, 어쨌든 그 디테일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하지만 홈 승부 상황에서 주자와 포수가 겹치는 장면이나 내야 팝 플라이 상황에서 포수가 공을 잡고 관중석을 향해 견제 동작을 취하는 장면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특히 후자는 꽤 자주 나오는 상황인데 왜 고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흙과 잔디의 상태도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한 것이 인상적. |
머리카락이나 그립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 |
그래픽 부분에서 모든 면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날씨 효과가 상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우천 상황에서 부슬비가 내리는 것이 주간에는 비교적 잘 보이는 반면에 야간에는 잘 티가 나지 않으며, 빗물이 잔디나 흙의 상태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심지어 선수들의 유니폼이나 피부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모자에 약간 표시가 나는 정도죠. 날씨가 타구 속도나 주루 플레이 등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것까진 바라진 않았더라도 사소한 그래픽적인 변화는 더 동반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 상황 이후에 타자나 투수가 준비 동작에 들어가는 모습을 컷신으로 잡아주는데, 이때 프레임 드랍이 있습니다. 특히 타자를 잡아주는 장면에선 이게 좀 심해서 아예 동작이 끊겨서 보일 정도죠. 플레이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눈에 꽤 거슬려서 패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모션도 더욱 정교해졌는데 스크린 샷으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울 지경. |
헛스윙 후 균형을 잃는 장면이나 배트가 부러지는 모습마저 놀랍다. |
그리고 선수들의 얼굴 모델링이 전작에 비해서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팀 마다 대표적인 선수들 위주로 약간 좋아졌을 뿐이죠. 푸이그 같은 선수는 장족의 발전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전작에서도 좋았던 맥커친이나 푸홀스 같은 선수들을 제외하면 그다지 좋은 얼굴을 보여주진 못합니다. 특히 동양인 선수들의 표현은 더욱 미흡합니다.
물론 조금씩이라도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MLB 14 더 쇼 이전 작품들은 물론 MLB 14 더 쇼와 비교해도 차이는 있죠. 하지만 NBA 2K15나 매든 15의 주요 선수들 모델링과 비교했을 때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물론 등록 선수의 수나 한 경기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수를 생각하면 타당한 비교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시리즈를 거듭하며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관중들의 행동은 다양하지만 바로 가까이 복제 인간이 보이는 것은 옥에 티. 오른쪽에서 찾아보자. |
새로 도입된 디렉셔널 히팅 시스템. 저 노란색이 표시된 방향으로 타구가 향할 가능성이 높다. |
게임의 핵심 시스템은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투수와 타자의 대결을 정교하고 사실적인 메커니즘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전 시리즈에 비해 타구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공의 무브먼트도 더욱 사실적으로 변한 점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을 때 심판의 재량으로 판정하는 부분도 전작에 비해서 약간 더 타이트하게 변해서 어처구니없는 판정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시리즈에서도 전반적인 시스템은 괜찮았기 때문에 이번 작품 역시 크게 손을 대지 않고 부분적인 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재밌게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군요. 만족스럽습니다.
새로운 타격 방식인 디렉셔널 히팅은 꽤 마음에 듭니다. 타격을 하면서 왼쪽 아날로그 스틱을 조작하여 타구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인데, 왼쪽 스틱을 조작하지 않고 간단하게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타격을 할 수 있고, 왼쪽 스틱을 조작하면 밀어치기와 당겨치기뿐만 아니라 어퍼 스윙, 레벨 스윙, 다운 스윙까지 구사할 수 있어 캐주얼한 조작 방식에 플레이어의 의도를 잘 섞은 플레이가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간편한 조작 체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라 기존의 존 히팅 방식의 정교한 타격을 선호하던 유저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있고, 스트라이드까지 존재했던 퓨어 아날로그 타격 방식을 삭제하면서 도입된 방식이라 퓨어 아날로그 타격을 선호하던 유저에게는 약간 떨떠름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나쁘진 않은데 굳이 멀쩡하던 걸 없애면서까지 넣었어야 했나?'하는 느낌이죠.
나름 정교한 푸홀스에 비해서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곤잘레스의 얼굴. 선수마다 편차가 심하다. |
특히 동양인 선수들에게서 어설픔이 절정에 이른다. 현진아…. |
사운드 부분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는 점은 꽤 실망스럽습니다. 원래도 소리가 약간 심심하다고 생각해왔던 터라 이번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배팅 소리나 공이 미트에 들어오는 소리도 차이가 없고 경기 시작이나 중간에 나오는 음악도 전작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풍부하지 못했던 해설도 거의 그대로여서 몇 번 하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 무슨 해설이 나올지 대충 짐작이 가더군요. 실제 해설처럼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이나 뒷이야기를 전달해줄 수준까진 아니어도 패턴에 변화가 있었으면 했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선수들의 기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이제 매번 옵션에 들어가야 확인할 수 있도록 변경된 점, 구속 표시가 실제 TV 야구 중계처럼 왼쪽 상단에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는 점, 경기 종료 후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삭제된 점 등 사소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의미가 있을 수도 있는 몇몇 부분들이 바뀌거나 사라진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경기 장면을 자유롭게 선택해 영상으로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은 꽤 강력해 보였습니다.
자신만의 미션을 만들어서 남들과 공유하고 평가할 수 있는 챌린지 모드. 재미있는 미션이 많은 편. |
그 외에도 다양한 모드들로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을 하나만 꼽자면, 이지 플라이나 클린 히트의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문제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고, 더 쇼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타구가 많아지면 타자와 투수의 대결에만 너무 치우치게 되고 결과적으로 투구와 타격이 끝난 다음에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부족하다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쉽게 말해 아예 못 잡을 타구와 너무 쉽게 잡을 타구가 지나치게 많아서 수비수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매 상황이 호수비 상황이라면 그것도 이상하지만 이런 상황이 실제 흔한 패넌트 레이스 경기보다도 더 드물게 발생한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슬라이더를 아무리 조정해도 큰 변화가 없어서 자체적으로 고쳐지길 바랬는데, 아마 저 혼자 느끼는 점이라서 그런지 이번에도 그대로인 듯합니다.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곳에서 발전한 점이 보이는데, 그것은 바로 멀티 플레이가 꽤 개선됐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전에 큰 홍보도 없어서 그냥 리뷰에 '역시 이번에도 별로네요'라고 적을 목적으로 딱 한 판만 하고 말자는 마음으로 해봤는데, 생각보다 할만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사소한 끊김은 여전히 있고 완전히 깔끔한 플레이까지는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투구와 배팅과 같이 타이밍이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큰 불편함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정도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입니다.
멀티 플레이를 15경기밖에 돌려보지 않았다는 점과 아직 출시 초기라 접속 인원이 많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후에 더 안 좋은 상황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전작에 비해선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로딩 부분이 많이 좋아진 것도 만족스럽습니다. 이제 거의 모든 구간에서 15초 안에 로딩이 끝나고 짧은 곳에서는 10초 안에 끝나기 때문에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죠.
각종 모드 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다이너스티 모드. 구색을 갖춰나가는 재미가 있다. |
LG 트윈스라는 이름을 가진 덱과 만났는데 멤버들 보고 기겁하고 말았다. |
기본 게임 외에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다는 점도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GM 파트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온 프랜차이즈 모드는 역시 진득하게 즐길만한 부분이고 커뮤니티 챌린지와 위클리 챌린지 모드도 시간 없을 때 잠깐 즐기기에 좋습니다. 특히 선수 카드를 모아 팀을 구성하고 이 팀으로 다른 플레이어나 A.I.와 대결할 수 있는 다이너스티 모드는 덱을 구성하는 재미와 경기 그 자체의 재미를 모두 잡은 훌륭한 모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지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트레이닝 모드도 건재하구요.
하지만 선수 개인으로 플레이하는 RTTS 모드는 조금 아쉽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틀 자체는 여전히 흥미롭고 약간의 변화가 생긴 점도 괜찮게 느껴지지만, 경기 내용에 큰 변화가 없어서 타자로 플레이할 때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발 느린 타자로 단타 치고 나갔을 때 정말 지겹거든요. MLB 2K 시리즈처럼 작전이라도 자주 걸려서 작전 수행 결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괜찮을 텐데요. 이런 상황에서 게임 내 결제를 유도하는 듯한 장비 시스템만 더 도입했으니, 이 장비 시스템이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님에도 왠지 기분이 나쁩니다.
게임 후에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여러 모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 |
얻은 아이템을 이렇게 RTTS 모드에서 선수에게 장비시킬 수도 있다. |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더 쇼는 더 쇼입니다. 야구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아름다운 그래픽과 선수들의 사실적인 움직임은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고, 섬세한 스포츠를 정교하게 표현하는 시스템은 MLB를 사랑하는, 아니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이유를 제공합니다. 또한, 다양하고 도전적인 콘텐츠로 가득한 각종 모드들은 짧게 즐기는 재미와 진득하게 붙잡을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여 '스포츠 게임은 한 번 사면 1년 내내 플레이한다'라는 명제를 당당하게 증명해냅니다.
거기에 할만해진 수준까지 올라온 멀티 플레이는 여태 더 쇼는 혼자 프랜차이즈나 돌리는 게임이라 자기최면 걸었던 국내 유저들에게 당장의 재미와 미래에 대한 기대까지 동시에 제공해줘서, 낯선 이의 칼날 제구와 신들린 볼 배합에 정신없이 농락당하면서도 '그래, 야구는 바로 이 맛이지!' 하며 아빠 미소를 짓게 합니다.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이 글의 서두에서 '얘는 왜 지 개인적인 얘기를 하고 있어'라는 말을 들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을 강조한 것은, 열 번째 더 쇼가 가지는 그 상징성에 대해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제작사 스스로 10주년 기념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으로 홍보한 것도 있구요. 무릇 10년이라는 세월은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기에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MLB 더 쇼 15에 되돌아봄은 있습니다. 그래픽적으로 발전하고 여러 부분을 조금씩 개선한 점이 그것이고 고쳐달라고 한 부분은 내버려 두고 이상한 부분을 건든 점이 그것이며 여러 곳에 산적한 버그를 내버려 둔 것이 그것입니다. 늘 하던 대로 한 것의 종합 선물 세트이자 되돌아봄의 극치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크게 한 발 내딛거나 지금까지의 틀을 부수겠다는 비전과 의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군요. 굳이 있다면 '그래 우린 앞으로도 조금씩 하지만 확실히 나아갈 거야'라는 의지겠죠. 그에 따른 즐거움과 그에 따른 아쉬움이 교차하는 각별한 10주년입니다.
보너스로 추신수 선수의 아름다운 자태. 올해 꼭 제 모습을 보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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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헨지니는 항상 분노해 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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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쇼 이번작 역대급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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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14보다 여러모로 다 좋아진것같아요 경쟁작이 없어서 좀 불안했는데 이번작이 사실상 최고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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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완전 야구무관심자인데 추신수는 얼굴만 알았지만, 자막보고서야 추신수라는걸 알았다... 복제인간은 야구광팬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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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15 The Show가 그동안의 자잘한 개선점을 다 모은 완전판인듯..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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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응, 최희섭 | 15.06.28 10: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