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의 태동기. 우리가 아직 뽑기 시스템에 익숙하기 이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과일 닌자에 푹 빠져 스마트폰의 액정을 손가락을 클리너 삼아 열심히 문지르거나 화난 새들이 스마트폰을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모바일 게임은 구매해서 플레이하는 것이 정석이었고 그 누구도 장비나 캐릭터 혹은 인벤토리의 추가 공간 같은 것들을 뽑기 혹은 과금(현금 결제)를 통해 얻어야 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상황이 오리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뽑기란 개념이 생소하던 초창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뽑기 시스템을 널리 퍼트린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스퀘어 에닉스의 확산성 밀리언 아서(국내 서비스 명 밀리언아서, 이하 확밀아) 되시겠다.
확밀아는 국내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다음-모바게의 바하무트와 함께 CCG(캐릭터 카드 게임)이 국내에서도 먹힌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흥행 속에서 확밀아의 뽑기 시스템은 엄청난 인지도를 얻는다. 물론 나쁜 쪽으로. 그리고 확밀아가 국내 시장에서 크게 흥행하자 국내 모바일 게임들은 줄줄이 뽑기 시스템을 탑재한 게임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확밀아 같은 카드 게임들 위주로 뽑기 시스템이 탑재되었지만 시간이 흐름면서 원래 뽑기 시스템을 기반으로 했던 카드 게임들 뿐만 아니라 사냥을 통해 장비를 획득하는 장르인 RPG에까지 침투하여 장비 뽑기라는 개념을 등장시키는 등 뽑기 시스템은 그야말로 엄청난 파급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제는 스마트폰 게임에 뽑기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대단히 유저 친화적인 특징으로 인식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생소하던 뽑기 시스템이 우리에게 얼마나 익숙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물론 나쁜 쪽으로). 그리고 이러한 뽑기 시스템의 국내 정착에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한 확밀아의 후속작이 최근 국내에 출시되었다. 바로 괴리성 밀리언아서(이하 괴밀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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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당시 많은 화제를 모았던 확밀아. |
■ 내가 돌아왔다
괴밀아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CCG인 확밀아와 비슷하다. 확밀아와 같이 뽑기나 강적의 토벌을 통해 카드를 입수하며 카드를 레벨 업 하고 덱에 등록하여 적과 배틀을 하는 방식이다. 게임 자체도 후속작이기 때문에 확밀아에서 등장했던 카드들이 재등장한다. 또한 가장 아름다운 카드 게임이라고 홍보했을 정도로 일러스트 퀄리티에 자신감을 보였던 확밀아인 만큼 후속작인 괴밀아의 일러스트 퀄리티 또한 뛰어난 편이다.
전작인 확밀아와 비교해도 일러스트의 퀄리티는 여전히 아름다우며, 확밀아에서 카드의 각성을 통해 일러스트가 변화했던 것처럼 괴밀아에서도 진화를 통해 일러스트가 변화하는 시스템은 그대로 이어진다. 특히 전작과 다르게 높은 등급까지 올라갈 수 있게 조정된 일부 카드들은 진화에 따라 더욱 화려한 일러스트를 보여주기 때문에 카드를 성장시키는 맛이 쏠쏠한 편이다.
카드를 수집하고 레벨업 시킨 후에 전투에 사용한다. 진화(각성)에 따라 일러스트가 변화한다. 아서가 무지하게 많은 세계관, 스토리 모드, 서브 스토리 등 기존 확밀아의 시스템을 계승하는 점에서 괴밀아는 확실히 확밀아의 후속작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같다면 후속작이라기보다는 단순 확장팩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괴밀아는 확밀아의 몇몇 특징적인 요소와 기본 바탕은 계승하지만 특정 부분에서 만큼은 확밀아와는 확연히 다르고, 또 확밀아보다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전투 시스템이다.
일러스트 퀄리티는 여전하다. |
금수저로 유명하던 비스크라브레드는 더 이뻐졌다. |
■ CCG에서 RPG로
확밀아의 전투가 강력한 카드로 도배한 사람이 무조건 강력한 전형적인 CCG의 형태라 할 수 있다면 괴밀아의 전투는 마치 TRPG(Turn Based RPG)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부호/도적/가희/용병으로 분류되는 네 가지 타입의 아서들은 각각 물리 공격&유틸(버프/디버프), 마법 공격&유틸, 회복 스킬&버프, 순수 딜링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강력한 적을 쓰러뜨리는 것이 기본 콘셉트이다.
통상이냐 각성이냐에 따라 성능에 차이가 발생한다. 일부 카드의 경우 통상, 각성의 차이에 따라 |
그리고 이러한 역할에 따라 카드의 타입이 구분되며 카드의 타입과 아서의 타입이 일치할 때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다. 물론 순수 딜러인 용병이 적에게 디버프를 거는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괴밀아의 카드들은 그 성능이 통상과 각성으로 나뉘는데 최대 성능인 각성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카드와 사용자의 타입(아서 타입)이 일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듯 괴밀아는 아서의 타입별 분류를 통해 역할 놀이라는 RPG 요소를 강화하고 있으며, 버프와 디버프 그리고 속성 공격의 중요도를 높여서 마치 온라인 RPG를 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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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희의 힐링 및 버프, 도적의 마법 공격과 유틸기, 부호의 다양한 버프와 디버프 |
디버프 전 대미지(좌)와 디버프 후 1 대미지(우). |
그리고 강적뿐만 아니라 노멀 퀘스트의 보스 등 모든 보스들은 부위 파괴가 가능하고 부위 파괴를 통해 추가적인 보상을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강적들의 경우 파괴 가능한 부위들에 특수한 능력(강적 자체 버프/회복/추가 공격 등)이 부여되어 있어 강적들과의 전투 패턴에 긴장감을 주며, 부위를 파괴함으로써 강적들의 패턴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해서 강적들과의 전투에 입체적인 변화를 준다. 그리고 이러한 강적들의 패턴 변화와 파괴 가능한 부위에서 오는 추가 공격 등의 패턴은 지루해지기 쉬운 턴제 전투 방식의 단점을 완화해준다.
강적들의 파괴 가능한 부위들에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 부위 파괴는 강적의 공략과 추가 보상 획득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
■ 장점이자 단점인 파티 시스템과 잦은 로딩 그리고 긴 전투
RPG 방식의 전투 시스템 덕분에 괴밀아는 수중에 들어온 카드를 다음 턴과 아군의 스킬 카드들의 연계 등 여러 요소를 고민하며 스킬을 사용하는 RPG 특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미를 구현하기 위해 괴밀아는 4인 파티 전투를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끼기 쉽다. 이러한 강제적 4인 파티 구성에 대한 대책으로 내가 세팅해놓은 주력 타입 아서 이외의 캐릭터들이나 친구의 캐릭터를 전투에 활용할 수 있는 NPC 시스템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인공 지능의 한계로 인해 사람처럼 정교한 스킬 연계나 플레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괴밀아는 게임 내 모든 타입의 아서들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
NPC 시스템은 쉬운 난이도의 노멀 퀘스트 진행에는 효율적이고 파티를 모을 필요가 없기에 기다림이라는 단계도 없애준다. 하지만 결국 괴밀아의 주력 콘텐츠이자 높은 등급의 카드라는 보상이 걸려 있는 고난이도의 강적을 상대로는 한없이 그 효율이 낮아지는 시스템인 것이다.
4인 파티를 강제하는 시스템은 NPC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완화했다. |
결국 좋은 보상을 위해서는 4인 파티를 통한 강적 토벌이 필수이며 4인 파티 구성의 강제는 괴밀아에 있어서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강한 적을 안정적으로 토벌하기 위해서는 NPC가 아닌 직접 플레이하는 사람이 필요하기에 실시간 매칭을 통한 파티 전투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러한 이유로 전투 진행에 필요한 포인트인 퀘스트 포인트가 없어도 파티장이 만든 퀘스트에 파티원으로 참여해서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높은 난이도일수록 많은 퀘스트 포인트를 요구하기에 한 번으로는 부족한 플레이 타임을 파티원으로 수행하는 방식을 통해 늘릴 수 있다. 퀘스트 포인트가 없어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인 부분이지만 인기 좋은 퀘스트일수록 빈 방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퀘스트 포인트가 없다면 퀘스트 파티에 참가해보자. |
하지만 인기 퀘스트의 매칭은 쉽지 않다. |
4인 파티 시스템은 상황에 따라 퀘스트 포인트 없이 추가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과 4명이 전부 모여 강력한 적을 쓰러트렸을 때의 달성감 등 게임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발휘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사실 4인 파티 시스템은 괴밀아만의 재미, 괴밀아라는 게임의 재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4인 파티 시스템은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 또한 가지고 있다.
공략을 숙지하지 않으면 사실상 토벌이 힘든 고난이도의 퀘스트에서 공략을 숙지하지 않고 그냥 파티에 참여하는 유저의 문제나(모바일이라는 환경적 특성상 가벼운 의사 소통 외에는 불가능하기에 공략을 모르는 유저 하나가 퀘스트 자체를 터트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4인 파티를 모집하거나 퀘스트에 파티원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매번 발생하는 로딩 등이 그렇다. 전자의 경우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거나 친구들끼리 혹은 커뮤니티를 통해 파티원을 구해 비밀방으로 플레이하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게임 구조상의 문제로, 플레이할 때마다 겪을 수밖에 없는 고질적인 문제이다. 실질적으로 유저에게 제일 불편하게 작용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제작자 측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지 어떤 메뉴에서든 원하는 메뉴로 이동이 가능하게 메뉴라는 버튼을 따로 만들어두기는 했다. 하지만 카드라고 하는 하나의 항목에서 분화되는 강화 합성/진화 합성/덱/매각이라는 하위 항목으로 이동할 때도 각각 로딩이 필요해서 네 가지 항목을 모두 들려야 할 경우 네 번의 로딩을 거쳐야 한다는 점은 굉장히 불편한 부분이다.
로딩 화면은 이 게임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보게 될 것이다. |
카드 메뉴의 하위 메뉴에 들어갈 때조차 각각 로딩을 거친다. |
강적과의 전투가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플레이 타임이 길어진다는 문제점 또한 안고 있다. MMORPG의 레이드와도 같은 강적과의 전투는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역시나 MMORPG의 레이드 만큼이나 긴 시간이 소요된다. 짧고 빠른 진행을 미덕으로 삼았던 여타 모바일 게임들과는 다른 플레이 타임은 처음 접하는 유저에게는 게임 플레이 자체가 지치고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흔히 3D 강적이라 부르는 아이스 드래곤의 초특급 난이도를 클리어할 때 20분 가량의 시간이 걸렸던 적이 있다. 물론 뽑기 전용 카드나 기타 좋은 카드를 가진, 덱 스펙이 좋은 유저들끼리 플레이하면 이렇게까지 길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무과금 유저들은 아이스 드래곤 초특급 난이도를 클리어할 때 평균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치 MMORPG와도 같은 게임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풍미했던 확밀아의 후속작인 괴밀아는 일부 바탕이 되는 시스템을 전작에서 가져오면서도 전투 시스템을 RPG 스타일로 재구축해서 괴밀아만의 특징으로 승화시키고 전작과의 차별화를 꾀하는데 성공했다. 방어 버프 위주의 탱커라 할 수 있는 부호와 마법사라 할 수 있는 도적, 힐러라 할 수 있는 가희와 딜러라 할 수 있는 용병 등 그야말로 축소판 MMORPG 같은 아서 타입 분류와 이로 인해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는 역할 분담 플레이, 그리고 3D 강적과 전투할 때의 화려한 그래픽은 마치 온라인 MMORPG를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단순히 고등급 카드를 뽑아 위력을 과시하는 단순한 카드 게임에 질린 유저라면 RPG 요소를 카드 게임이라는 틀에 절묘하게 접목한 괴밀아를 플레이해봐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강적 토벌로 쓸만한 카드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타 게임에 비해 과금 유도 현상이 비교적 적다는 것 또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3D 강적과 전투할 때 볼 수 있는 스킬 연출은 굉장히 화려하다. |
■ 결론
괴밀아는 카드 게임으로써 그리고 모바일 게임으로써 상당히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준다. 3D 강적과 전투를 할 때 강적의 모델링이나 디테일 수준도 모바일 게임 중에선 상당한 수준이며 스킬 연출 또한 굉장히 화려한 연출을 보여준다. 그래픽 요소에 점수를 매기자면 85점을 매겨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또한 게임 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카드에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더해져 있고 전투에서 카드를 최초로 사용할 때 마다 터지는 성우들의 목소리는 전투에 활기를 더해주며 전투 상황에 어울리는 배경 음악들은 게임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배경 음악 자체가 굉장히 다채롭다거나 특별히 인상 깊은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카드에 적용되어 있는 수많은 성우들의 연기가 배경 음악의 부족함을 뒤덮고 넘칠 정도다. 사운드 부분에서 굉장히 풍부한 게임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기에 사운드에는 90점을 매긴다. 콘텐츠의 경우 사실 강적과의 전투를 빼면 주력으로 내세울 만한 콘텐츠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탐색이라는 곁가지 콘텐츠가 경험치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긴 하나 말 그대로 곁가지 콘텐츠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에 콘텐츠의 경우 65점을 매긴다.
편의성은 솔직히 떨어지는 편은 아니다. 잦은 로딩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거점 메뉴로 돌아가지 않아도 다른 메뉴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메뉴 버튼이 존재하는 등 편의성 부분에 신경을 쓴 티는 나지만 정작 모든 메뉴 이동에 로딩이 걸린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떨어지며 퀘스트에 참여하거나 시작할 때 덱 선택 화면에서 덱 구성 화면으로 바로 이동이 불가능하며 메뉴 이동의 동선이 생각보다 불편한 점을 생각해 편의성은 65점을 매긴다. 볼륨은 시즌마다 등장하는 네 종류의 요정과 3D 강적 등이 특정 시간대마다 출현하거나 상시 등장하면서 적지 않은 볼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75점을 매긴다. 괴밀아의 총점은 76점으로, MMORPG에서 레이드콘 텐츠를 즐겨했던 사람이라면 입문해볼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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