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일본 게임 개발사 중에 리버힐 소프트라는 회사가 있었다. 후쿠오카에 위치한 리버힐 소프트는 FMV 추리 어드벤처 블루 시카고 블루스(를 위시한 J. B. 해롤드 살인 클럽 시리즈)와 오버 블러드, 연애 시뮬레이션 리플레인 러브로 이름을 알렸다. 비록 시대의 조류를 읽지 못해서 문을 닫았지만 훗날 리버힐 소프트 출신 제작진이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그 중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NDS용 어드벤처 게임 호텔 더스크의 비밀과 어나더 코드를 발매했지만 2010년 파산해버린 CING, 그리고 이번 리뷰에서 다룰 요괴워치를 개발한 레벨 파이브다.
먼저 레벨 파이브를 이야기할 때 수장인 히노 아키히로를 빼놓을 수 없다. 히노 아키히로는 J. B. 해롤드 3편으로 게임 업계에 발을 들였으며, 서바이벌 호러 게임 오버 블러드의 수석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비록 게임 자체는 바이오하자드에 묻혀버리긴 했지만 후속작 오버 블러드 2에서 히노 아키히로는 총 디자이너로 승진하면서 게임 업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좀 더 굳히게 된다. 히노 아키히로는 오버 블러드 2를 만든 후 퇴사해 동료들과 함께 레벨 파이브를 차리게 된다.
서바이벌 호러 게임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초기 경력과 달리 히노 아키히로와 레벨 파이브의 데뷔작은 다크 클라우드라는 RPG였다. 물론 리버힐 소속 당시에도 부라이라는 패미컴 RPG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는 것을 보면 RPG에 대한 관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든 다크 클라우드는 일본에서는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해외에서 히트를 기록하고 괜찮은 평을 받으면서 레벨 파이브가 드래곤 퀘스트 8의 하청을 맡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고, 결과적으로 레벨 파이브의 입지 상승에 큰 공헌을 했다.
이후 로그 갤럭시와 잔 다르크 등으로 RPG 제작사의 경력을 이어가는 동안 레벨 파이브는 NDS로 레이튼 교수 시리즈와 썬더 일레븐(이나즈마 일레븐)을 개발하면서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 우선 레이튼 교수 시리즈는 퍼즐 어드벤처 장르에 도전하며 RPG 팬덤 위주의 제작사에서 폭넓은 장르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제작사로 넘어갈 계기를 제공했으며, 이때 이뤄진 미디어 믹스 전개는 썬더 일레븐에서 전면화되면서 레벨 파이브를 게임 제작사에서 좀 더 넓은 의미의 창작 집단으로 탈바꿈할 기회를 주었다.
요괴워치 시리즈는 골판지 전기 시리즈와 기동전사 건담 AGE에 이은 네 번째 미디어 믹스 기획 작품이며, 이번 리뷰에서 다룰 타이틀은 그 중에서도 미디어 믹스의 시작을 끊은 첫 작품이다. 이 게임이 발매된 해에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도 방영되었는데 이 애니메이션이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면서 썬더 일레븐과 골판지 전기로 나름 중견 이미지를 다지던 레벨 파이브의 입지는 더욱 튼튼해졌다. 2014년 연말 NHK 홍백 가합전에서는 '게라게라 포의 노래'가 울러 펴졌고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역대 일본 영화 오프닝 성적 1위와 역대 일본 TVA 극장판 성적 2위라는 엄청난 기록을 기록했다. 관련 상품도 호조를 보여 완구는 매진 행렬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레벨 파이브 미디어 믹스 애니메이션을 전담하고 있는 OLM에서 제공한 애니메이션도 볼만하다. |
심지어 요괴워치의 히트는 단순히 작품 내의 히트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요괴 열풍마저 일으킬 정도가 되어 SFC 괴담 게임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제작자인 이이지마 타키야가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요일 소설판을 요괴워치 스폰서이기도 한 쇼가쿠칸에서 내놓아 쏠쏠한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고 완결난 지 이미 오래인 지옥선생 누베와 요괴소년 호야 리바이벌까지 이뤄냈다. 한동안 잠잠했던 요괴/괴담 붐이 요괴워치를 통해 다시 한 번 일본 내에서 거세게 불 정도로 대히트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요괴워치가 돌풍을 일으킨 까닭은 무엇일까. 원래 히노 아키히로가 대단히 새로운 걸 들고 오는 유형의 창작자는 아니고 되려 왕도적인-특히 소년 만화스러운-전개 내에서 아이디어를 펼치는 창작자지만 요괴워치는 그 중에서도 상당히 뻔뻔한 편에 속한다. 아동용치고 제법 복잡한 SF적 설정을 기반에 두고 있는 골판지 전기나 능력자 배틀물과 스포츠물을 결합한 썬더 일레븐과 달리, 요괴워치는 요괴를 소환하는 요괴워치와 요괴 메달이라는 설정을 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복잡한 설정을 도입하지 않았다.
진행되는 이야기 역시 철저히 공식에 따르고 있다. 좀 더 깊게 들어가자면 록맨 EXE 시리즈도 언급할 수 있겠지만 평범한 인간 소년이 우연히 요괴워치라는 도구를 얻고 요괴와 친구가 되어 모험을 펼친다는 요괴워치의 기본 골자는 게게게의 기타로 등으로 요괴 전문 만화가로 이름을 떨친 미즈키 시게루에게 아동 대상으로 포켓몬스터 시리즈 풍 시나리오를 써주십시오, 라고 부탁했을 때 나올 법한 이야기다. 포켓몬스터와 미즈키 시게루를 떠올리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심지어 제작진도 의식적으로 몇몇 요괴 디자인에서 미즈키 시게루에 대한 오마쥬를 담고 있다. 미즈키 시게루 뿐만 아니라 요괴워치는 주인공과 친구들에서 도라에몽식 구성과 캐릭터 디자인을 참조했다는 걸 숨기지 않는다.
이야기 자체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우정과 화합을 이야기하는 왕도적 소년 만화에 가깝다. |
다만, 공식을 따르고 있긴 하지만 레벨 파이브 입장에서 보자면 요괴워치는 꽤나 독자적인 포지션을 점하고 있다는 걸 지적하고 싶다. 먼저 요괴워치는 안전하게 탈색되긴 했지만 여전히 괴담을 추적한다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기본 골자는 유지하고 있다.
기존의 레벨 파이브가 제작한 미디어 믹스 작품은 소년 만화 중에서도 배틀물에 가까웠으며, 이들 작품에는 분명한 갈등과 경쟁자가 존재하고 뜨거운 대결과 우정, 음모가 펼쳐졌다. 하지만 요괴워치는 배틀물 요소가 대부분 배제된 대신 탐험과 발견, 비인간 동료와의 우정 같은 요소에 방점이 찍혀 있다. 논란이 되었던 히노 아키히로의 "적과 싸우며 성장하는 이야기에 질렀다"라는 발언도 반대로 보면 요괴워치를 대하는 레벨 파이브의 자세가 어떠한지 알 수 있다. 적어도 그들은 요괴워치를 제 2의 골판지 전기나 썬더 일레븐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한다.
재미있는 부분이라면 레벨 파이브는 요괴에 대한 인간 캐릭터들의 반응을 다룰 때 정공법만 쓰지 않고 은근히 짓궂은 위트도 첨가하고 있다. 주인공이 초반부에 보이는 귀찮아하는 반응이나 태클, 합리주의자 선우가 요괴의 짓을 보고도 줄곧 합리적인 논리를 주장하는 부분들이 그렇다. 은근 '어린 아이가 바라본 어른 세계'라는 요소도 소소하게 들어가 있으며 요괴워치 제작진들은 주 타깃 아이들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상이 어떤 건지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런 위트들은 캐릭터에 생기와 감정 이입할 구석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은근히 개그나 어른 세계에 대한 풍자를 볼 수도 있다. |
요괴워치는 요괴라는 소재에서 으레 기대할 법한 으스스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빨간 오니 같은 몇몇 예를 제외하면 요괴의 으스스함은 귀엽고 안전한 수준으로 조절되어 있으며 당연히 미즈키 시게루 특유의 '요괴로 살아간다는 사실에서 만들어지는 특유의 모노노아와레(사물의 덧없음)'는 찾아볼 수 없다. 전반전으로 요괴워치는 약간의 위트를 동반한 가벼운 판타지 모험물에 가까우며 캐릭터 역시 그 가벼움에 충실히 봉사하고 있다. 캐릭터의 상품성과 캐주얼한 매력을 강조한 부분에서 미즈키 시게루보다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힘이 강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요괴 디자인은 베리에이션이 풍부하긴 하지만 아동용이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
요괴들의 사연 역시 지바냥이나 주요 요괴들엔 의외로 복잡한 사연을 드러낸 경우도 있지만, 인면견처럼 당혹스러운 배경 이야기도 제법 있는 편이다. 전반적으로 요괴워치 게임 버전은 아직 주요 요괴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는지, 후속작이나 미디어 믹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묘사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요괴워치를 애니 버전으로 먼저 접한 유저들이 당황할 부분도 존재한다 단적으로 애니 버전에서는 허당 캐릭터로 묘사된 위스퍼가 게임 버전에서는 허당 묘사를 보이지 않는 유능한 캐릭터로 묘사되는 부분이 그렇다.
다만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포켓몬들이 합류하고 무대와 설정이 추가되어 방대해진 포켓몬스터 시리즈와 달리, 적어도 요괴워치 1편의 세계는 단아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무국적 세계를 배경으로 한 포켓몬스터 시리즈랑 달리 요괴워치는 페르소나 4가 그랬듯 평범한 일본인의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비일상이라는 개념으로 배경을 만드는데, 이런 친숙함은 포켓몬스터 시리즈랑 차별화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비일상과 일상의 혼재라는 점에서 페르소나 4를 연상시키게 하는 부분이 있다. |
게임 디자인 면에서 보자면 요괴워치는 미디어 믹스 작품 중에서도 레벨 파이브 본류인 정통 일본 RPG에 가까운 게임이다. 실시간 위주로 흘러가다 커맨드 배틀로 승패를 갈랐던 썬더 일레븐이나 골판지 전기와 달리 던전 구성, 다양한 스테이지, 인카운트, 전투로 쌓이는 경험 치와 레벨 시스템, 개조와 다양한 아이템과 장비 등 요괴워치는 RPG 구성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다. 지금까지 다소 따로 놀고 있었던 미디어 믹스 작품들과 레벨 파이브제 RPG가 하나로 합해진 최초의 작품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요괴워치의 게임 디자인은 정통 RPG라기보다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캐주얼화 되어 있는 편이다. 이 부분에서 요괴워치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다. 먼저,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마을을 돌면서 포켓몬 체육관 관장에게 도전하는 지극히 배틀물에 기반을 둔다. 포켓몬스터의 주인공은 살던 곳을 떠나 다양한 마을과 던전을 거치면서 점점 강해지고 마침내 목표를 쟁취하게 된다. 요괴워치는 상기했듯이 배틀물보다는 오히려 SCE가 발매했던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에 가까운 일상물적인 시나리오 구조를 띄고 있다. 요괴워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살던 곳 바깥으로 떠나는 모험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내는 쪽이라 할 수 있다.
큰 스토리라인 역시 에피소드 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기한 오픈 월드 요소가 적극적으로 도입된 편이기에 필수적인 워치 레벨 업 퀘스트나 스토리 퀘스트 외에도 다양한 보조 퀘스트와 던전 등 옆길로 새는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이런 부분은 요괴워치가 작중 배경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가끔 "아버지가 다운타운으로 출근하러 윗마을에서 언덕마을로 가서 전철을 타는데 정작 다운타운은 윗마을과 붙어 있더라..." 처럼 디자인 편의를 신경 쓰다 공간에 대한 감각이 부족해지지 않았나 싶은 부분도 있지만 공사장이나 뒷골목, 병원, 앞산, 숲 같은 그 나이 또래들에게는 신비하면서도 두렵게 보일 만한 장소를 골라 그 특징을 잘 잡아내 던전으로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요괴워치의 요괴 조우라던가 던전들은 (하나를 제외하면) 마을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을 내부에 있는 버려진 장소를 탐색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례가 있긴 했지만 요괴워치는 그런 버려진 장소를 수준 높게 구현하고 있으며 이런 탐색 과정을 편하게 하기 위해 여러 편의 요소들을 설계한 점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
배경이 되는 세계는 썬더 일레븐이나 골판지 전기와 달리 현대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
요괴를 수집하는 방식도 포켓몬스터 시리즈와 명백히 다르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포켓몬의 수집 과정이 '채집'이라는 골자로 이루어졌다. 적정한 HP로 떨어트린 후 몬스터 볼로 캐치하는 방식으로 수집한다. 그렇기에 포켓몬스터와 트레이너 간의 관계는 '친구'라는 개념보다는 '종속'이라는 개념이 강하게 드러났으며 실제로 '친구로써 포켓몬'과 '주인을 섬기는 자로써 포켓몬'이라는 간극에 대해 다루는 스토리도 있었다(포켓몬스터 B/W에 등장하는 라이벌 N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요괴워치의 요괴 수집은 '친구 사귀기'에 가깝다. 요괴워치의 요괴 수집은 좋아하는 음식을 계속 던져주거나 요괴 뽑기를 하거나 퀘스트를 통해 요괴 메달을 얻어 친구가 된다는 개념의 수집 디자인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요괴워치의 요괴와 인간은 포켓몬스터 시리즈와 달리 좀 더 대등한 위치에서 전개된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제작자 타지리 사토시가 어린 시절 즐겼던 곤충 잡기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처럼, 요괴워치는 '아이들에게 요괴의 매력과 마을을 탐험하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라는 콘셉트를 분명하게 잡고 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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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수집 방식은 여러모로 차별화가 되어 있지만, 음식 상성표를 봐도 요괴랑 친구 되는 게 다소 복불복인 편이다. 뽑기도 비슷한 편. |
요괴워치의 전투 대부분은 미리 정해진 성격 A.I.에 맞춰 자동으로 흘러가며 플레이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미니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벤치마킹 대상인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전투에 미니 게임적 요소를 넣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이런 접근 방식은 정통적인 RPG와 다른 캐주얼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요괴워치의 전투는 요괴들에게 전투를 맡기고 플레이어는 요괴들을 보조하는 위치만 허용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위치를 보조적인 위치로 한정하고, 캐주얼을 지향한다고 게임 디자인이 설렁설렁하지는 않다. 요괴워치는 플레이어를 보조 역할로 맞춰놓은 대신 요괴 배치에 자율권을 주면서 다른 방식의 전략을 플레이어에게 요구하고 있다. 요괴워치의 전투는 원판 구조를 이용해 6개체의 요괴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디자인은 일견 자유도는 부족해 보여도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 전열과 후열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종족별 상성이나 성격 같은 요소를 꼼꼼히 배치해 캐주얼하면서도 전략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터치를 이용한 미니 게임 역시 그 자체로는 평범한 편이지만 하드웨어의 특성을 잘 사용하고 있으며 요괴 배치 전략과 얽혀 들어가는 리듬감이 괜찮은 편이다. 이런 요괴 배치를 이용한 전략적인 접근 이외에도 레벨 파이브는 단순히 1회차로만 끝나지 않고 무한지옥이라는 2회차 플레이를 제공해서 1회차 플레이에서만 그치지 않고 2회차를 하도록 시스템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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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디자인 면에서는 '캐주얼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듯. |
요괴워치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전반적인 디자인보다는 사소한 일상의 디테일을 디자인에 부여하는 부분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붉은 도깨비가 나오는 도깨비 시간은 게임 전반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와 달리 잠입 장르로 돌변해 상당한 서스펜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성장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주제라는 점에서 게임의 대상층을 제대로 이해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요괴워치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이들이 알아야 할 일반적인 사회 상식을 게임 디자인과 연계시킨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신호등 준수를 하면 귀한 아이템을 준다거나 외출할 때 신발을 신고 나가는 걸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 자전거를 타다가 계단 같은 곳을 올라갈 때 자동으로 자전거에서 내리는 연출은 매우 놀라웠다. 의외의 부분에서 제작진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신호등 준수라던가 잠입 액션 요소 같은 게임 디자인 같은 요소는 신선했다. |
레벨 파이브는 전통적으로 3D 카툰 렌더링 스타일을 멋지게 표현해내는 편이었고 요괴워치의 그래픽 역시 그런 레벨 파이브의 실력을 3DS라는 플랫폼에서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작은 등신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잘 드러나는 풍부한 캐릭터 감정 표현과 행동, 인간 캐릭터와 대비되는 요괴 캐릭터의 복잡한 디자인도 무리 없이 구현해냈다. 배경 그래픽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따스한 톤으로 재현한 낡은 일본식 전통 주택이나 자연 풍광부터 시작해 폐병원 같은 으스스한 공간까지 만족스러운 퀼리티로 재현하고 있다.
그래픽은 일본제 카툰 렌더링 게임 중에서도 상급이라 할 수 있다. |
한국판 요괴워치의 단점이라면 역시 뒤늦게 발매되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미 2014년에 일본에서는 확장판 진타와 2편까지 발매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발매된 지 3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 발매된 요괴워치 한국판은 현지화로만 승패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요괴워치의 현지화는 이미 선행된 애니 버전 로컬라이징에 단련되서인지 능숙하게 처리된 편이다. 소재상 어쩔 수 없이 위화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조금씩 보이긴 하지만 요괴워치 현지화는 상당히 정성을 들인데다 센스가 느껴지는 부분들도 보인다.
처음부터 확장판 진타로 발매해주면 어땠을까 싶지만, 요괴워치는 애니 버전으로 생긴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
요괴워치는 어찌보면 발매 당시 시점에서 보면 프랜차이즈의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험보다는 안전한 길을 선택해 조심스럽게 미디어 믹스의 설계도를 그린 게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요괴워치는 게임 버전 1편 발매 당시 초기 판매량은 그렇게까지 대단하지 않았다가 얼마 안 있어 방영된 애니 버전이 히트를 치면서 탄력을 받은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요괴워치는 후속작에서 대담하게 이뤄지고 있는 시도들은 찾아볼 수 없고 심지어 조심스럽게 자기완결적인 모습도 내보이곤 한다.
하지만 레벨 파이브는 게임 업계에 들어선 지 15년차 된 베테랑이었기에 첫 작품을 만들면서도 타겟 대상이 뭘 원하는지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첫 작품에서 그것을 노련하게 실현시켜냈다. 그렇기에 요괴워치는 지금까지 무수한 히트작을 만들어온 레벨 파이브라는 제작사의 저력이 어디서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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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가 매우 높은 퀼리티로 되었는데, 애니 버전으로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발매된 것도 한 몫하고 있을 것이다. |
장점
● 레벨 파이브 전통의 고퀄리티 3D 카툰 렌더링
● 요괴라는 소재의 매력을 꼼꼼히 살려낸 제작진의 감각
● 아이들이라는 대상을 잘 이해하고 캐치해내면서도 조밀하게 꾸며낸 게임 디자인
● 뛰어난 현지화
단점
● 일본 발매일에 비해 국내에는 게임이 너무 늦게 나왔음.
● 안전하게 이루어지는 단순명쾌한 아동 대상의 스토리텔링은 어른 게이머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지도.
● 2회차가 있긴 하지만 본편 볼륨은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다.
요약
요괴워치는 레벨 파이브 미디어 믹스의 정수를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갈고 닦아왔던 레벨 파이브제 RPG를 캐주얼하게 변형하면서도 아이들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탐험과 모험이라는 왕도적인 서사와 인상적으로 결합했으며 요괴 캐릭터와 배경의 매력도 잘 살려냈다. 현지보다 뒤늦게 발매되었다는게 약점이긴 하지만 뛰어난 현지화는 플레이어를 몰입하기 좋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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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ㄴ 부라리에 요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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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90%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포켓몬보다 재미있었네요. 포켓몬은 시리즈가 지나면서 파고들 구석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었는데, 이건 여러가지로 인터페이스도 편하고 가볍게 즐기기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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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희생에 잠시 묵념하고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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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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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ㄴ 부라리에 요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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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니난?? | 16.01.13 00: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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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90%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포켓몬보다 재미있었네요. 포켓몬은 시리즈가 지나면서 파고들 구석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었는데, 이건 여러가지로 인터페이스도 편하고 가볍게 즐기기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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