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nge Solves Everything
'디스아너드(Dihonored)'는 한 남자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암살과 학살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과 더불어 유화 속 풍경과 인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개성적인 그래픽 스타일, 스팀 펑크에 가까운 과학 기술과 마법이라는 초자연적 요소를 한데 엮은 기묘한 세계관 등으로 말미암아 발매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죠. 장르는 1인칭 액션 게임으로 프랑스에 적을 두고 있는 아케인 스튜디오가 제작을 담당하였으며, '엘더스크롤' 시리즈로 유명한 베데스다 소프트웍스가 유통을 맡았습니다.
주인공인 '코르보 아타노(Corvo Attano)'는 항구도시 '던월(Dunwall)'을 다스리는 여제의 오랜 충복으로서 항상 곁을 지키며 신변을 보호하는 직책을 수행해 온 인물입니다. 외지에서의 특무를 끝마치고 몇 달 만에 귀향한 그였으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것도 잠시, 별안간 들이닥친 암살자들이 여제를 살해하는 비극이 찾아오지요. 주군을 지키지 못 한 코르보는 도리어 범인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쓴 채 감옥에 갇히고 맙니다.
시작하자마자 누명부터 뒤집어쓰는 기구한 운명. |
너는 꼭 내 손으로 죽인다. |
본격적인 시작은 감옥에서부터… 베데스다는 유통만 맡았다더니? |
죄수의 신분이 되어 처형을 기다리던 코르보는 여제를 지지해 온 충성파(Loyalists)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고, 그들의 근거지로 몸을 숨긴 뒤 '아웃사이더(Outsider)'라는 기묘한 존재로부터 앞으로의 싸움을 도와줄 신비한 힘을 건네받습니다. 바야흐로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야기하고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 자들로부터 핏값을 받아내기 위한 길고 어두운 여정이 첫발을 내딛은 것입니다.
특수한 가면으로 정체를 숨기고 무시무시한 암살자로 거듭난 코르보에게 주어지는 임무란, 충성파의 지도자들이 지목한 대상을 차례대로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것입니다. 여제의 유일한 후계자인 에밀리가 아직 어린 소녀라는 것을 빌미로 권력을 찬탈한 섭정파의 요인들이 대상이죠. 적에게 사로잡힌 동료를 구출하거나, 세력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 인물을 납치해 오라는 요청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여 목표물을 처리하여 정해진 임무를 완수한 뒤, 다시 충성파의 근거지로 돌아와 필요한 물품을 보충하고 장비를 보강하는 과정이 되풀이됩니다.
충성파의 간부급 인사들. 첫인상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
친구 없게 생겼네. |
암살의 무대는 서로 연결된 서너 개 정도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선택지 안에서라면 임무를 끝낼 때까지 이곳저곳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각기 다른 임무에서 같은 지역이나 건물을 거듭 방문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얼핏 오픈 월드 형태의 맵 안을 돌아다니는 것과 흡사한 느낌을 주지만, 본질적으로는 여러 개의 스테이지를 순서대로 해결해 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나의 스테이지 안에는 주된 임무라 할 암살 외에도, 일을 좀 더 쉽게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특별한 보상을 되돌려 줄 몇 가지 일거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부는 향후의 전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들입니다. 물론 NPC들의 요청을 수락할 것인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자유에 달린 문제이며 전부 무시해버린다 해도 엔딩을 보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그 또한 하나의 선택이니까요.
|
|
주된 임무는 결국 암살. |
누군가를 구해줘야 할 때도 있다. |
그 과정에서 맞닥뜨려야 할 모든 역경, 복수의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험로를 코르보는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만 합니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고 나면, 누구도 그를 도와줄 수 없습니다. 외로운 투쟁에 힘을 보태주는 것은 오로지 품속에 감추어 둔 몇 가지 무기와 장비, 그리고 '능력(Power)'뿐입니다. 마지막까지 주인을 배신하거나 실망시키는 일 없이 소임을 다 해낼 충직한 심복들이라 하겠습니다.
코르보의 무기란 상대의 등을 찌르거나 경쾌한 백병전을 벌이는데 쓰이는 검을 비롯하여 권총과 석궁, 수류탄, 지뢰와 같은 것들입니다. 기관총이나 로켓 발사기처럼 압도적인 화력을 뽐내는 무기는 등장하지 않으므로 그런 쪽으로의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과학의 빈자리를 보완해주는 '능력(Power)'은 디스아너드의 세계관 내에서도 일부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힘입니다.
믿을 건 너희들밖에 없어. |
가면의 망원 렌즈를 이용한 저격도 가능. |
일정한 양의 마력을 소모함으로써 코르보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여 단숨에 거리를 좁히는 블링크(Blink), 벽 너머를 꿰뚫어보는 다크 비전(Dark Vision),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정지시킨 뒤 홀로 유유자적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벤드 타임(Bend Time)과 같은 능력들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혹은 굶주린 쥐떼를 소환하거나 강력한 돌풍을 일으켜 적을 공격하는 등의 목적을 충족시키기도 하죠.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퍼제션(Possession)입니다. 잠시 동안 다른 생물체의 몸을 훔쳐 자신의 것인 양 조종하는 능력이죠. 능력을 사용하는 동안 코르보의 육신까지 통째로 자취를 감춘다는 것이 흔히 말하는 빙의(憑依)와는 차이점입니다. 발매를 앞두고 영상이 공개되었을 당시에는 사기에 가까운 기술이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습니다. 적들의 눈을 피해 침입 내지는 도주를 감행할 때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시선이 닿지 않는 외진 곳으로 데려간 뒤 손쉽게 기절시키거나 숨통을 끊어놓고 싶을 때에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시야 안에서 좌표를 지정한 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블링크. |
너무 빨라서 사진 찍기도 힘들 정도. |
나의 벤드 타임 맛 좀 쬐끔만 보거라! |
머리와 몸을 잘라서 떼어놓으면 죽는다! |
이 중 공격의 기본이 되는 것은 오른손에 든 검으로, 다른 무언가를 사용하는 것은 언제나 왼손의 역할입니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쓸 수는 없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왼손에 든 무기 내지는 구사할 능력을 바꿔주어야 합니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코르보가 가진 것들을 통틀어 공격의 수단에 해당하는 물건은 모두 합해 5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1인칭 액션 게임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결코 많다고는 못 할 수준입니다.
대신 무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구는 근거지에 상주하는 기술자를 통해 게임 도중 획득한 돈을 대가로 지불함으로써 기능을 추가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열심히 지갑을 훔치고 시체를 뒤지며 눈 먼 돈과 값나가는 물건들을 보이는 족족 악착같이 쓸어 담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끝이 가까워질수록 적들을 쓰러뜨리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까닭에, 무기와 장비를 충분히 개량해두지 않으면 자칫 불나방과 비슷한 신세가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권총을 예로 들자면, 장전 속도나 명중률이 상승하고 보다 강력한 탄환을 쏠 수 있게 되는 식입니다.
적의 시선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다크 비전. |
강해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
이건 암살자인지 거지인지 도둑놈인지 원. |
아울러 무기는 총성이나 폭발음을 이용하여 적의 주의를 끌고 원하는 지점으로 유인하는 등, 살상이 아닌 용도로도 곧잘 쓰이곤 합니다. 특히 석궁이 그렇습니다. 발사할 때 소리가 나지 않아 들키지 않고 조용히 적을 처리할 수 있으며, 마취약이 든 화살을 이용하여 목숨을 빼앗지 않고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죠. 가급적 피를 덜 보는 방향으로 게임을 진행하고픈 사람이라면 애용할 수밖에 없는 무기입니다.
능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블링크가 좋은 예입니다. 눈길을 끌지 않기 위해 소리죽여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질풍처럼 빠른 속도라면 들킬 일도 없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게임에 속도감을 더해준 공신입니다만, 그 외에도 쓸 데가 많습니다.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게 해 주는가 하면, 눈앞에서 갑자기 나타나 적을 깜짝 놀라게 만든 뒤 심장에 칼을 박아 넣는 묘기를 부릴 수도 있죠.
퍼제션에 사로잡힌 사람은 물에 빠지는 즉시 익사한 시체가 되어버립니다.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는 완전범죄인데다 톨보이(Tallboy)와 같은 강력한 적이라도 한 방에 없애버릴 수 있는 무서운 기술이죠. 디바우어링 스웜(Devouring Swarm)으로 불러낸 쥐들은 다수의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 든든한 전력이 되어주는 것 외에도, 시체를 감쪽같이 먹어치우거나 감시망을 흐트러뜨리는 등의 효용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구사할 수 있는 능력 자체는 여섯 가지 뿐이지만, 경우의 수는 그 배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각각의 용도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렇게 생긴 룬을 모아 능력을 강화. |
싸우면 질까봐 부른 게 아냐. 귀찮아서 그런 거야. |
심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
디스아너드가 표방하는 자유란 그런 것입니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지붕을 타넘으며 암살을 획책하는 수법은 수많은 갈래 가운데 하나의 길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왕도 같은 것은 없습니다. 욕구를 현실로 옮길 만한 충분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거리낌 없이 대로를 활보하며 덤벼드는 적들을 쓰러뜨리고 시체의 산을 쌓아 올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래도 게임은 돌아갑니다.
대략적인 방향을 정한 뒤에도 선택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경로를 지나 적진에 침투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할 것인지를 수시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조건 자체에는 간섭할 수 없으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죠. 이 때 선택의 근간이 되는 것은 정해진 답이 없기에 보다 큰 입김을 내뿜을 수 있게 된 개인의 취향, 그리고 창의적인 발상입니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그러한 선택의 결과가 세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다시 플레이어에게로 돌아온다는 법칙을 들 수 있겠습니다.
보는 눈을 피해 몰래 지나갈 수도 있고. |
문자 그대로 시체의 산을 쌓을 수도 있고. |
디스아너드는 멈출 줄 모르고 확산되어 가는 역병과 공권력의 지나친 압제로 말미암아 시종일관 싸늘하고 눅눅한 공기가 감도는 우울한 항구도시, 던월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잔혹한 암살자의 손에 훌륭한 지도자를 잃는 비극을 겪은 곳이기도 합니다. 구성원의 대부분은 하루하루 평범한 삶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시민들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세력들이 각자의 영역 안에서 고유한 행동 양식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병(Guard), 평범한 신앙을 넘어서 광신의 길로 접어들고 만 오버시어(Overseer), 각종 범죄를 저지르며 위세를 떨치는 폭력배들(Thug), 암살자 집단인 고래잡이(Whaler), 그리고 전염병의 증세가 중증에 이른 병자들로서 흔히 말하는 '좀비'와 흡사한 양태를 보이는 위퍼(Weeper)에 이르기까지 그 유래와 개성이 뚜렷이 다른 무리들은 수시로 주인공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역할을 도맡곤 하죠.
그러나 모든 세력을 항상 적대해야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진행 도중 특정한 세력의 우두머리와 접촉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는데, 이 때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의 관계가 달라집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죽자 살자 덤벼들 적을 하나 더 만드느냐, 혹은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적대적인 것도 아닌 관계로 거듭나느냐의 차이입니다. 답변을 이끌어내는 수단은 차가운 이성이 깃든 혀일 수도, 분노로 뜨겁게 달구어진 칼일 수도 있습니다. 가급적 평화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됩니다.
가면 덕분에 머리에 총을 맞아도 죽지 않는 오버시어. 짜증나……. |
환자라기 보단 이미 걸어 다니는 시체. |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도전과제를 미리 살펴보는 습관을 지닌 게이머라면 진작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암살이라는 요소가 선사할 재미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디스아너드는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그 누구의 목숨도 빼앗지 않고 엔딩에 도달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다음 임무로 넘어가기 위해 처리해야 할 표적조차도 손에 피를 묻히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제거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자신이 당한 것을 그대로 돌려주듯, 코르보는 누명을 씌우거나 그 죄를 폭로함으로써 복수의 대상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깔끔하게 목숨을 빼앗는 것보다 더 잔인한 짓이기는 하지만, 이 경우에는 어쨌거나 살인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인명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의 여부가 남은 임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가 하면, 나아가 엔딩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
|
죽일 수도 있지만. |
꼭 죽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보쌈을 도와준다든가. |
|
|
아주 간단히 행해지는 지독한 행위. |
내가 말했지? |
디스아너드에는 '혼돈 지수'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주인공의 손에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혼돈 지수가 점점 상승하며, 도시는 차츰 황폐한 몰골로 변모해갑니다. 시체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먹이로 삼는 쥐떼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자연히 위퍼의 수도 늘어나게 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살인 사건은 시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킴으로써 도시의 경계가 더욱 삼엄해지는 달갑잖은 결과를 낳습니다.
또한 혼돈 지수는 주인공의 성격과 던월의 미래를 결정짓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코르보를 대하는 다른 인물들의 태도, 혹은 그들 자신의 모습이 변해가는 양상을 관찰함으로써 어떤 형태의 엔딩에 도달하게 될 것인지를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권선징악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훈훈한 결말을 맞이할 수도, 가면으로 정체를 감춘 잔혹한 살인귀의 전설을 남긴 채 이야기를 끝맺을 수도 있겠죠. 한 번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는 것처럼, 일단 누적된 혼돈 지수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처음부터 주의 깊게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행동의 결과가 누적되어 도시를 변화시키는 시스템. |
매번 임무를 끝낼 때마다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
스테이지마다 장소가 다르기는 해도 결국은 모든 사건이 하나의 도시, 던월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들이기에 디스아너드는 이와 같은 상호작용의 구현을 자연스럽게 녹여 넣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액션 게임에서라면 그저 하나의 기록에 불과했을 숫자가 주변의 사물과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서 작용한다는 설정은, 짐짓 따분해지기 쉬운 단순한 구조의 서사에 풍미를 더해주는 독특한 조리법이자 한층 더 중요한 인물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보게 해 주는 매력적인 발상임이 분명합니다. 어떤 방향으로든 보다 뚜렷한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죠.
그러나 한편으로, 전례 없는 새로운 작품의 색다른 시도란 필연적으로 흠결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장점만으로 똘똘 뭉쳐 있다 말하는 것은 깊이 파고들 여유가 없었다는 고백이거나, 혹은 광고라는 뜻이겠지요. 우선은 대량 살상이 곧 배드 엔딩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대해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은근슬쩍 잠입을 부추기고 암살을 강요하는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두 NPC 중 하나를 도와줘야 할 상황이 찾아오기도. 물론 둘 다 죽이거나, 그냥 내버려둘 수도 있다. |
찝찝한 기분이 앙금처럼 남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길 만한 부분이지만, 그런 경우까지를 모두 포함시키더라도 암울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적을 하나씩 해치울 때마다 심적인 부담을 느껴야 하는 액션 게임이란 유쾌한 경험과는 거리가 먼 것이죠. 반면 준비된 무기 및 능력의 성능과 개발은 오히려 정면 대결의 재미를 부각시키는 쪽으로 치우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잘 만든 부품들이 제대로 맞물리지 못해 삐걱대며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의 감상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게임의 난이도에도 유사한 문제점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난이도를 높일수록 적들은 눈에 띄게 강해지는데 비해, 몰래 움직이기 위해 들여야 하는 수고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은신 위주의 진행은 기대한 만큼의 긴장감을 가져다주지 못 합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은 들키는 것이 더 힘들 정도니까요. 그렇다고 싸움을 벌이자니 실력에 따라서는 승리가 아닌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두 가지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돌려받는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이는군요.
웬만해선 위를 올려다 보지 않는다. |
고저차와 블링크만 잘 활용해도 잠입은 식은죽 먹기. |
하지만 전투는 그렇지 않습니다. |
문을 열기 전에 미리 살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
그밖에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고서는 달리 죽음을 야기할 방법이 없다는 것 또한 살짝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적들이 설치해 둔 함정 내지는 경보장치 따위를 조작할 수 있을 뿐, 다른 방식으로 게임 속의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은 허락되어 있지 않습니다. 술에 독을 탐으로써 태만한 경비병에게 영원한 휴식을 선사하거나 저택의 주방에 불을 질러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 뒤 목표물을 처리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단점들은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틈틈이 씁쓸한 미소, 찌푸린 눈살과 같은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내곤 합니다. 하지만 깊은 한숨과 격한 짜증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잘 만든 게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마치 표면 위로 몇 군데 홈이 파인 구체(球體)와도 같습니다. 가끔 돌부리에 걸려 들썩거리고 눈에 거슬리기는 해도, 그것 말고는 이렇다 할 문제없이 부드럽게 굴러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툭 튀어나온 돌기들 탓에 그냥 구르는 일조차 제대로 해 내지 못 하는 게임이었다면 높은 확률로 분노를 일으켰을 테지요. 디스아너드는 다릅니다.
어쩌면 이 게임이 걱정해야 할 가장 큰 문제란, 구르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의외로 짧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기대감 속에서 시작한 게임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끝나버렸을 경우, 구매자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들인 돈 내지는 시간이 아까워 분노를 표출하거나, 혹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것이죠. 디스아너드는 명백히 후자에 속해 있는 게임입니다.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을 땐. |
목을 졸라 기절을 시키면 좋다. |
|
|
아… 뭐 세상엔 다양한 취미가 있는 법이죠. |
의식을 잃은 상태라면 굳이 건드릴 필요 없다. |
하물며 복수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자유'라는 표어가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오히려 한 번 게임을 완료하고 난 그 다음부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과정을 적어도 두 번은 반복해야만 준비된 엔딩을 전부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겨운 작업을 억지로 반복하는 지루한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고 싶은 짓을 다 해보려거든 두 번은커녕 그 배의 배 쯤 되는 공을 들여도 모자랄 지경이니까요.
같은 임무에 거듭 도전하여 미처 시도해보지 못 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디스아너드는 미션 리플레이라는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딱히 엔딩을 보는 데 집착하지 않는, 그리 큰 재미를 느끼지 못 했던 대목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플레이어를 위해 마련해 둔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같은 반복까지를 계산에 추가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답이 나옵니다.
의외의 재미와 중독성을 자랑하는 백병전. |
강한 적을 일격에 해치웠을 때의 짜릿함이란……. |
복잡하고 화려하면서도 작위적이지 않은 배경이 게임에 힘을 실어준다. |
잠입과 암습에서 일방적인 살육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디스아너드는, '시프(Thief)' 시리즈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암살을 소재로 다룬 게임의 교과서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히트맨(Hitman)'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구석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제 2의 시프가 아니며, 배경을 옮긴 히트맨은 더더욱 아닙니다. 후속작이 등장할 것인지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미 제 1의 디스아너드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다지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른 인물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플레이어의 몫이다. |
플레이어의 선택과 실력에 따라 완벽한 불살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더불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능력의 존재란 디스아너드를 단순한 아류가 아닌 주목할 만한 가치를 지닌 무언가로 자리매김하게 해 주는 주요한 특징입니다. 재미있는 액션 게임으로서의 소양에 제한적으로나마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탄생한 것은 사람들이 기대한 바를 훨씬 상회하는 바람직한 성과였습니다. 더구나 처음으로 게임의 엔딩을 본 시점에서 아직 경험해 보지 못 한 일들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의 혼을 빼놓는 사이렌의 노래와 다름없는 것입니다.
던월은 매혹적인 미궁과도 같은 도시입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바쳐야만 비로소 등을 돌려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인지를 좀처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복수의 마력입니다. 피를 잔뜩 묻힌 뒤에도 예리함을 잃지 않는 명검의 칼날과도 같습니다. 얼기설기 단단히 얽힌 매듭을 단칼에 잘라 떨어뜨려 줄 믿음직한 도구지요. 누군가의 무료한 주말을 깨끗이 지워버리고, 창조적인 파괴에 대한 욕망을 조용히 잠재워 줄 것입니다.
무엇을 먼저 해결할 것인지는, 오롯이 당신의 자유입니다.
|
|
(IP보기클릭).***.***
나의 벤드 타임 맛 좀 쬐끔만 보거라!
(IP보기클릭).***.***
깨알같은 심의마크가 재밌네요
(IP보기클릭).***.***
오롯이 = 주어져 있는 모든것 이거 중2때 쯤 배우는 단어로 기억하는데.
(IP보기클릭).***.***
중2때 쯤이면 한창 미쳐있을때네요
(IP보기클릭).***.***
에밀리는 조명이나 그림자보정 받으면 꽤 이쁩니다.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깨알같은 심의마크가 재밌네요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에밀리는 조명이나 그림자보정 받으면 꽤 이쁩니다. | 12.12.12 09:32 |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나의 벤드 타임 맛 좀 쬐끔만 보거라!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오롯이 = 주어져 있는 모든것 이거 중2때 쯤 배우는 단어로 기억하는데. | 12.12.12 01:34 |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중2때 쯤이면 한창 미쳐있을때네요 | 12.12.12 23:56 |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대통령!!! | 12.12.13 17:22 |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