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타 대회에서 날로 커지는 상금의 규모를 보다보면 진짜 왜 이런 경기에서 국뽕한번 못빨고 맨날 서양 친구들이나 중국애들 하는것만 손가락 빨면서 보고 있어야하나.. 라는 생각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했었습니다.
그와중에 국내에선 MVP 주작이 빠른 성장을 보이면서 동시에 TI 와일드 카드전에 나가서 첫 라운드에서 VP를 무참히 짖이겨버렸죠.
그때 정말 아 사람들이 왜 롤드컵에서 국뽕빨리네 주모를 찾네마네 하는 이야기에 처음으로 공감했었습니다.
그땐 그냥 그게 정말 재밌는 드립이니까 몇번 따라했지만, 이때만큼은 왠만한 올림픽 뺨따구 때릴 기세였죠.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롤 프로게이머가 돌연 롤을 그만두고 도타를 가면 어떨까라구요.
처음에는 게임 자체가 장르만 같을뿐이지 그 안의 내용은 완전히 달라서 적응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지금 어린 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엔 전략시뮬의 양대산맥이라고 하면 세계적으로 유행이었던 토탈어나힐레이션 VS 스타크래프트의 느낌이랄까요.
저는 AOS라는 장르 자체를 처음으로 접한게 도타2였습니다. 주변에서 롤을 하라고 하라고 친구들이 제발 파티 맺어서 한번 하자고 하는 이야기를 그냥 듣는둥 마는둥 그저 벨브의 도타2만을 기다렸었죠.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었을수도 있지만, 전 롤의 아기자기한 그래픽보다는 도타의 파스텔 풍의 그래픽이 더 맘에 들었어요.
이유는 그게 답니다. 그냥 그게 더 좋았어요
그래서 첫 AOS입문은 도타2였습니다. 그전에 카오스도, 도타 오리지날도 한번도 안해봤죠.
처음 입문해서 제일 힘들었던건 용어 정리였습니다.
CC, 탑, 바텀, 미드, 캐리, 서폿 이런 기초적인 용어들이요.
게임을 시작해서 탑을 가라고하면 어떻게 갑니까? 맵에 타워같이 높은 건물도 없는데...
그래서 그런 용어들은 롤에서 하나씩 배웠죠, 친구들한테 캐리가 뭐냐, 미드가 뭐냐, 맵을 읽는 방법이나, 게임의 전체적인 운용을 배웠습니다.
물론 도타는 다릅니다. 그래서 그렇게 배웠던걸 도타에서는 다르게 사용된다는걸 한번 더 배웠죠.
그렇게 도타2를 시작했고 처음에 이것저것 공략을 보면서 제걸로 만들어나가는게 쉽지 않았지만, 첫승을 따고 연승을 하고 킬을 가장 많이내고 이러는 순간, 이 게임의 마력에 빠져들기 시작했죠.
대부분의 AOS의 참맛을 아는 사람들이 이런부분에서 시작했을거라 생각됩니다.
마치 농구한게임을 진짜 기가막히게 마무리했다는 느낌이죠.
이번 매치에서 내가 공헌한게 승리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라는걸 느끼면서 내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성과를 승리로 가져감으로서 보답받는거죠.
이야기가 잠깐 옆으로 튕겨나갔었습니다만,
그렇게 도타2를 시작했으니 오히려 저한텐 롤이라는 게임은 진짜 어렵고도 어려운 게임중에 하나였습니다.
도타는 그냥 시작해서 매칭을 검색하고 내가 할 영웅의 포지션만 알고, 템트리도 간단하게 상황별로 몇개만 준비하면 충분히 한 게임에서 제 역할은 할수있었습니다만
롤이란건 시작부터 스펠을 고르고 특성을 고르고 (나중에 가서야 알았지만 룬 페이지라는것도 있더라구요) 시작하기전에 준비할게 꽤 있더라구요
그런데 몇번 해보니 이미 몇년전부터 쭈욱 해오던 지인들보다 훨씬더 빠르게 적응하고, 게임의 대한 이해가 더 잘되더군요
게임의 차이점을 좀더 명확하게 알다보니 몇번의 실수를 거치고난뒤엔 그런부분에선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플레이를 보여줄때도 있었습니다.
말하고자하는건 이겁니다.
도타와 롤은 분명 다른 게임입니다.
엔진도 다르고 게임의 스타일도 다릅니다.
완전히 달라요.
하지만 같은 장르 입니다.
같은 장르기 때문에, 서로간의 차이점을 조금만 더 파악하고 분석한다면 분명히 기존의 도타2를 하던 사람보단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MVP 주작도 훌륭하고 포커페이스도 훌륭한 팀들입니다만,
사실 이런 팀들 국내에 제퍼 안들어왔었으면 아마 고인물 그대로 였을지도 모릅니다.
보다 더 많은 경쟁팀들이 나타나고 그런 경쟁속에서 살아남아야 확실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그런것들이 세계무대에서 통하면, 내년이나 내후년의 TI에선 국내 팀 찾는거 그리 어렵지 않을겁니다.
그런 경쟁 팀들중에 페이커도 있으면 좋고 푸만두도 있으면 좋고 인섹도 있으면 좋죠, 아마 같은 노력의 비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더 잘하지 않을까요
그들은 게이머니까요
새벽이라 재밌는 이야기가 나와 몇자 두드려봤습니다만, 롤에 있는 프로게이머들을 도타로 데려가고싶다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도타2 팬으로서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다는걸 말하는겁니다.
내년즈음엔 우리나라 선수가 Ti 본선에 들어가서 2천만원 (본선에서 바로 탈락한 프나틱의 올해 Ti 상금, 무려 14위임에도 불구하고)이라도 받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