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이야기는 놀치프님이 먼저 다루셨지만 이번엔 저의 해석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아이템들과 제 추정을 모아서 전체의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올라피스 왕국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아켄과 베인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그런 고로 먼저 아켄과 베인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아켄과 베인, 형제국 간의 끝없는 전쟁
아켄과 베인은 이름을 알 수 없는 한 왕국을 선조로 하고 있습니다.
베인이 백국(伯國)으로 칭해지는 것으로 봤을 때, 아마 왕위계승권을 가진 두 형제가 왕위를
두고 다툰 것이 발단이 되어 그대로 나라가 둘로 갈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아켄은 현재의 망각의 감옥 지역에, 베인은 현재의 녹아내린 철성 지역에 왕성을 두었지요.
이 두 나라는 원수지간이 되어 끝없는 싸움을 벌였지만, 이 와중에 아켄의 왕자와 베인의 공주가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각자의 왕성에 종루를 짓고 이를
수호하기 위한 수효인형들을 만듭니다. 이 사랑의 증표가 훗날에도 남아 저주처럼 방문자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지요.
이 두 나라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을 때, 변방의 소국 올라피스에 동방에서 온 검사가 찾아옵니다.
변방의 소국을 찾아온 동방의 검사 아론, 그리고 철의 기사들이 수호하는 탑
무사수행을 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아론은 올라피스의 왕을 만나고, 그의 안에 숨어있는 끝없는 탐욕과
야심을 꿰뚫어봅니다. 하지만 그가 왕으로 있는 올라피스는 변방의 소국, 왕은 자신의 야심을 펼칠 길이
없었지요. 이것은 수행을 바라던 아론에게 있어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아론은 그 길로 올라피스의
왕을 섬기며 그를 패도로 인도합니다. 자신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싸움을 위해.
올라피스의 야심찬 공세의 첫 시작은 베인의 변방에 있는 섬 지역이었습니다. 아켄과의 전쟁에 집중하고
있던 베인은 허를 찔려 그 지역을 내주게 됩니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인들이 지키는 탑 말고는
이렇다 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당장 올라피스에 대한 반공은 접어두고 아켄과의 전쟁에 집중합니다.
이것이 베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는 걸 모른 채 말입니다.
베인에게서 뺏은 땅에 위치한 거대한 탑에는 이것을 지키는 철의 기사들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아론은 왕에게 진언하여 탑의 탐사대를 조직하고, 자신은 그 대장이 되어 탑을 탐색하였습니다. 그의 기대는
물론 탑을 지키는 철의 기사들의 소문이었습니다. 그의 기대대로 철의 기사들은 막강한 적이었으나 아론은
그들을 하나하나 베어넘기며 최후에는 탑의 최하층에 있던 화로를 지키는 거대한 철의 기사마저 쓰러뜨림으로
탑의 공략을 마무리 짓습니다.
화로의 발견은 올라피스 왕에게 자신이 세계의 왕이 될 운명임을 감지케 했습니다. 그는 매우 들떠 아론을 더욱
신임하게 되었죠. 탑의 공략을 성공하고 화로까지 손에 넣은 것은 좋았으나, 이 화로만 가지고는 국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화로의 왕좌에 걸맞는 소울을 가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왕은 여기서 철의 기사들의 망해로 눈을 돌립니다. 온몸이 질좋은 철로 이루어져있던 철의 기사들은 왕이 보기에
더 없이 좋은 자원으로 보였습니다. 그는 즉시 수하 주술사인 에길에게 명하여 탑 전체를 거대한 용광로로
개조시키고 철의 기사들을 녹여 이것으로 철을 생산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소국 올라피스가 철의 왕국으로 변모하는
순간이었죠.
올라피스, 대국으로의 성장
탑에서 생산되는 철로 군대를 철저히 무장시킨 올라피스 왕은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심복 아론을 앞세워 아켄과
전쟁 중이던 베인을 기습 침공합니다. 그때까지도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던 베인은 이 치명적인 기습에 그야말로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고, 올라피스 왕은 베인의 왕성을 자신의 새로운 거성으로 삼고 거의 무한정 생산되던
철로 성 전체를 장식합니다.
올라피스의 왕이 베인 왕성을 자신의 거성으로 삼았던 것에는 베인 왕성의 지리적인 이점, 왕성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었지만 또다른 이유에는 베인의 공주가 있었습니다. 그는 베인의 공주를 포로로 삼아 성의 한켠에 가두고 자신의
아내가 될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짝이 있던 베인의 공주는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죠.
공주의 마음이 누구에게 가있는지를 안 올라피스 왕은 그 길로 아켄을 침공하여 나라 전체를 말 그대로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고 왕자는 즉석에서 처형해 버립니다. 그리고 아켄 왕성은 감옥으로 개조하여 나라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죠. 하지만 올라피스 왕의 잔인한 행동에 공주는 더더욱 눈을 돌릴 뿐이었습니다.
개인들의 이야기는 어쨌든 올라피스는 영원한 앙숙이던 아켄과 베인을 정복하여 유례없는 대국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평정의 시기, 미다 공주와의 정략결혼
대국으로 성장한 올라피스였으나, 무력을 앞세운 점령에 지역 귀족들과 백성들의 반응은 더없이 냉랭하였습니다.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달랠 필요가 있음을 느낀 올라피스 왕은 유력한 가문과 더 결속하고자 하였고, 그는 곧 정략
결혼이라는 카드를 떠올립니다. 결혼 소식에 가문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경쟁 끝에 한 유력 가문의 공주
미다가 왕의 신부로 결정되었습니다. 이 결혼은 쾌속으로 진행됩니다.
내심이 어찌 되었든 정략결혼으로 인해 민심은 안정이 되었고, 아켄과 베인의 평정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올라피스 왕의 관심은 여전히 베인의 공주에게 가있었고, 왕비가 된 미다는 흙의 탑에서 왕이 자신을 돌아보기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죠. 왕비 미다는 어떻게든 왕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였고, 최후에는 미용에
독까지 동원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현재 시점에서 확인이 가능하지요.
이 시기에 올라피스 왕은 아론의 예를 떠올려 각지의 인재들을 손님으로 초빙하여 그들의 기술과 재능을 자신의
수하에 두려 하였습니다. 개중에는 사기꾼들도 있었지만 스트레이드 같은 전설적인 마법사도 있었지요. 하지만
스트레이드는 특유의 오만함으로 인해 왕과 귀족들의 미움을 받아 감옥으로 변한 아켄 왕성에 석화된 채 수감되고
맙니다.
아론의 하야, 불사의 저주의 유행
소국을 대국으로 성장시키고 자신이 이루고자 한 것을 모두 이룬 아론은 미련없이 직책을 버리고 하야해버리고 맙니다.
왕은 가장 신임하던 심복을 잃은 것도 가슴 아팠지만 올라피스 왕국의 무력의 상징과도 같았던 아론의 무명이 사라지는
것은 더욱 더 문제였습니다. 그리하여 왕은 아론의 이름을 딴 아론 기사단을 창설하여 그의 무명, 즉 왕국의 무력을
유지코자 하였죠.
그리고 왕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또다른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망자가 되는 전염병의 유행이었죠.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왕은 이를 전염병과 같은 것으로 규정하고 전염병의 징후인 각인을 가진 자들을 용서없이 사냥하고
감옥에 가둬 격리하려 했습니다. 이 당시의 참혹함은 현재에 이르러서도 사냥의 숲, 불사의 처형장, 망각의 감옥 등의
지역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물론 이러한 조치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습니다. 이 때 왕국의 주술사였던 에길이 화로의 불이 꺼져간다는 사실을 왕에게
알립니다.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전염병의 정체는 불이 꺼져감으로 인해 생기는 불사의 저주였던 거죠. 올라피스 왕은
신임하는 에길에게 화로의 불을 되살릴 대책을 촉구합니다. 이에 에길은 전설로 전해지던 이자리스의 마녀 이야기를
꺼냅니다. 바로 최초의 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죠.
실패, 그리고 왕국의 멸망
철로 인해 성공한 올라피스 왕은 철과 불에 대해 어떤 맹신과도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불을 토하는 철의 소를 국수(國獸)로
삼는가 하면, 이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신성화시킬 정도였죠. 그만큼 왕의 불과 철, 그리고 그 불을 다루는 주술사 에길에
대한 믿음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에길 역시 지금껏 실패를 몰랐기에 그 또한 자신감에 가득차 최초의 불 만들기에 도전합니다.
그의 자신과는 반대로, 에길의 지식과 지혜가 이자리스의 마녀를 뛰어넘을리 없었습니다. 최초의 불을 만드는 시도는 실패하여
혼돈의 불이 만들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올라피스 왕국은 이자리스의 전철을 되밟게 됩니다.
혼돈의 불 속에서 태어난 용철 데몬은 그 길로 올라피스 왕을 불길에 태워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혼돈의 불과 데몬들이 뿜는
불로 인해 철성을 지탱하는 철이 녹기 시작하고, 철성은 반 이상이 용암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맙니다. 한때 불과 철로
영화를 누리던 올리피스 왕국이 그 불과 철로 인해 멸망하는 순간이었죠.
그 혼돈 속에서 살아남은 에길은 자신이 벌인 행위의 참상에 깊게 절망합니다. 씻을 수 없는 죄책감과 절망감에 젖은 그는
자신의 죄깊은 연구기록과 성과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고 감옥이 된 아켄 왕성의 가장 깊숙한 곳, 죄인의 탑에 직접 자신을
가둡니다. 그는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는 이 깊숙한 곳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과오와 실패에 괴로워하였습니다.
한없이 긴 세월이 흘러 감옥은 모두의 망각 속에 잊혀지고, 죄인의 탑 깊숙한 곳에 갇힌 그를 기억하는 사람 또한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죠. 그렇게 그는 잊혀진 죄인이 되었습니다.
이상으로 올라피스 왕국에 대한 좀 긴 썰을 줄이겠습니다.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추측 어투는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임을 유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다들 즐거운 닥소 라이프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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