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게임성 외의 다른 부분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많은 분들이 많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셨고, 저 또한 충분히 괜찮다고 느끼고 있으니
저는 액션성과 게임성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처음 플레이해보면 생소한 시스템 때문에 잘 느낄수 없겠지만, 어느정도 플레이해보면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픽과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대폭 강화한 대신 재미와 액션성을 대폭 희생했습니다.
게임의 난이도가 적당히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은 레벨이 낮은 극초반 뿐입니다. 저도 초중반을 플레이할 때는 꽤나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올클리어 후 네트워크 플레이까지 어느정도 즐기고 나니 생각이 조금 바뀌더군요.
전작도 레벨이 깡패인 감이 조금 있었지만, 이번작은 특히 더 심해서, 레벨이 높아지면 액션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어집니다.
전작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우르르 몰려나오는 적들을 호쾌하게 썰어대는 무쌍난무 액션은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초심자라도 금방 익히는 쉽고 간단한 조작도 이미 과거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신 시스템인 '따라붙기'는 R이라는 괴이한 위치에 배정되어있는데다가 미묘한 딜레이가 존재해서 체감 전투 속도가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일조합니다.
전작의 X와 Y로 이루어진 다양한 연계기 또한 이번 작품에선 상당히 열화되었습니다.
물론 연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점프 X라는 미친 성능의 띄우기 판정 공격이 있기 때문에 굳이 위험하게 지상에서 평타 연계나 넣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점프 X로 사용할 수 있는 강제다운공격이 이 게임의 액션성을 쿠소게 수준으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데미지도 적절하고, 인법게이지도 많이 차는데다가 범위공격이고, 거기에 적들을 강제 다운시키기 때문에 점프 X만 반복해도 거의 모든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띄우기 판정이라서 굳이 X, Y 연계공격을 사용해 적을 띄울 이유 자체를 없애버립니다.
위기탈출용으로 쓰라고 준 것 같은데 위기탈출은 커녕 보스를 드리블하는데 사용됩니다.
근데 또 봉인하자니 이 기술 없이 살아남는데 심각한 애로사항이 꽃핍니다.
쓰면 게임이 심각하게 재미없어지고, 안쓰자니 게임이 심각하게 어려워집니다. 차라리 전작처럼 리미트 브레이크를 줬더라면 좋을 뻔했네요.
전작의 목숨걸기 모드는 공격력과 공격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대신, 방어력이 종잇장 수준이 되는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덕분에 아슬아슬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지요.
이번 작의 목숨걸기 모드는 쌓아놓은 인법게이지를 전부 소모하여 발동할 수 있습니다.
지속시간동안 체력이 감소하는 대신 공격속도와 공격력이 증가하고 '인법게이지가 무제한'이라는 정신나간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공격력이 증가한 상태로, 고코스트 비전인법을 무한으로 난사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적에게 데미지를 입히면 감소된 체력이 회복됩니다.
이름만 목숨걸기 모드고, 실상은 디스트로이 모드입니다. 전혀 아슬아슬하지 않습니다.
이 사기적인 목숨걸기 모드는 위의 안전하게 인법게이지를 쌓을 수 있는 점프X와 시너지를 이뤄서 게임의 액션성을 더 망가뜨립니다.
어쩔수 없이 사용하게 되는 점프 X와는 다르게, 목숨걸기 모드는 재미를 위해서라면 봉인해야합니다.
캐릭터에게 다양성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닌자석(곡옥)시스템 역시 게임의 밸런스를 해치는데 한몫 합니다.
공격력 증가나 방어력 증가같은 닌자석은 약과 수준이고, 체력과 인법게이지를 자동으로 회복시켜주는 닌자석도 존재하며, 가뜩이나 죽어가는 밸런스의 관짝에 못을 박아넣는 상태 이상을 추가시켜주는 닌자석이 존재합니다. 가뜩이나 쉬운데, 적을 때릴때마다 적들이 얼거나 마비된다고 생각해보세요.
닌자석은 3개까지 장착할 수 있으며, 장착하기 나름에 따라서 고난이도 거대 요마를 비전인법 단 한방에 쓰러뜨리는 진풍경을 목격하실 수 있습니다.
시점조절도 상당히 애매합니다. 록온 기능을 지원하긴 하지만 성능이 시원찮아서 전방 직선판정의 비전인법은 맞추기 굉장히 힘든데다가 시점이 록온한 적에게 고정되기 때문에 더 강력한 적들에게 뒷통수를 쉽게 얻어맞습니다.
이 애매한 록온 때문에 카츠라기와 같은 직선형 비전인법을 주력으로 지닌 캐릭터들이 시원찮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전작에는 의미없이 플레이 타임만 잡아늘리는 훈장 시스템이 존재했습니다.
그것이 이번작에서 삭제된 점은 꽤 맘에 들었지만 반대로 이번 작에는 야리코미 요소를 거의 집어넣지 않아서 컨텐츠 소모 속도가 광속에 가깝습니다.
스토리 모드는 설렁설렁 플레이해도 하루면 올클리어하고 반복 플레이 이외엔 즐길게 없어집니다.
그렇다고 반복 플레이가 재밌는 것도 아닙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액션성이 SV의 열화판 수준이기 때문에 전작 burst 같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무쌍액션의 상쾌함도 느낄 수 없습니다. 상기한 점프 X와 목숨걸기 모드의 조합은 모든 종류의 임무를 단순히 목숨걸기 모드를 발동할 수 있을때까지 점프X로 인법게이지 쌓는 패턴으로 단일화시킵니다.
때문에 반복 플레이로 플레이 타임을 충분히 늘릴 수 있지만, 유저가 굳이 반복 플레이를 하게끔 만들어주는 동기 부여 요소는 없다시피합니다.
약간의 야리코미 요소로 요마의 둥지와 특수조건 임무를 넣은 듯 싶지만, 이것도 마음먹고 플레이하면 몇시간 내로 전부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장신구, 의상, 무기, 닌자석을 모두 모으는데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빠른게 아니라 여러분이 해도 2~3시간이면 충분히 다 모으실 수 있습니다.
임무를 클리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목숨걸기 모드를 사용하기 위해 인법게이지를 모으는데 소요되는 시간 30초가량 뿐입니다.
특수 임무중에 진 오로치를 60초 내로 쓰러뜨리는 임무가 존재합니다. 그냥 들어보면 꽤 까다로운 조건 같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60초는 커녕 그 반도 지나기 전에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섬란 카구라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시원시원한 콤보 연계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이번 작품에선 적들이 심할 정도로 콤보를 자주 끊고 강제기상(플레이어를 날려버립니다.)을 시전하기 때문에 전작들처럼 콤보 연계를 이어가기 힘듭니다. 몰려나오는 적들에게 비상난무를 이어가며 수천콤보를 쌓아가던 burst만도 못한 수준이 된거죠.
콤보를 이어가려 해도 적들이 강제 기상을 시전하며 콤보를 강제로 끊어먹으니 호쾌함은 어디다가 갖다 버리고, 답답함만이 남았습니다.
사실상 가장 큰 매력의 하나가 사라졌다고 봐야합니다.
게임을 전부 클리어했다면 몬스터헌터처럼 네트워크 플레이를 즐기면 될 것이 아니냐?
섬란 카구라 2의 네트워크 플레이와 몬스터 헌터의 네트워크 플레이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협력 플레이라고 해봤자 혼자서 전부 클리어했던 임무들의 재탕이고, 난이도 또한 싱글 플레이와 동일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쉬운 임무들이 더욱 격렬하게 쉬워집니다.
도전적 요소가 전혀 없고 가뜩이나 쉬웠던 미션이 더 쉽게 느껴지고, 더 빨리 끝나버리기 때문에 협력 플레이는 싱글 플레이 이상으로 재미가 없습니다.
단순히 친구와 함께 할수 있다는 사실 정도로 만족해야합니다.
스토리는 가벼운 기분으로 보기엔 꽤나 괜찮습니다. 이야기의 깊은 맛은 없지만 그래도 밝고 유쾌한 이야기라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지칠 정도로 전투가 많이 나와서 이야기 몰입을 조금 끊어먹습니다. 이 점은 액션 게임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요.
하지만 커스터마이징 부분에선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냈습니다. 액션 파트보다 이쪽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겐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한국과 물건너의 반응을 전부 살펴봐도 탈의실 기능에 대한 불만은 굉장히 적습니다. 회전이 느리다, 정도의 소소한 불평과 버그에 대한 불만이 전부입니다.
그만큼 탈의실과 촬영 모드의 완성도는 높습니다.
일부 캐릭터가 심각하게 성능이 부족한 경우가 있었던 전작과는 다르게, 모든 캐릭터가 적당히 쓸만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최약체라고 말이 많던 미라이는 최강캐 자리를 노리고 있고, 원거리 캐릭터인지, 근거리 캐릭터인지 알 수 없는 컨셉을 가지고 있었던 야규도 완전히 컨셉을 확정지었습니다.
심지어 개그 캐릭터인 무라사메조차 평균 이상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성능이 약해서 쓰기 힘들었던 분들에겐 분명 희소식입니다.
BGM이 전작에 비해 귀에 확 들어오지 않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전작처럼 캐릭터별로 BGM을 준비해주기보단 맵과 임무에 따라 BGM을 지정한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버그가 상당히 많습니다. 게임 중 튕김이나 프리징 현상이 불시에 찾아오며, 카구라와 나락은 탈의실 의상 파괴 시 모델이 깨져버리는 근본적인 부분의 버그도 존재합니다.
추후 패치로 해결해주길 바라는 부분.
난이도 분배가 조금 이상하게 되어있습니다.
이카루가로 상대하게 되는 요미의 난이도 문제는 물건너에서도 굉장히 말이 많은 편이며, 파란 도겐이나 진 오로치의 경우엔 무슨 생각으로 디자인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입니다.
섬란 카구라 2의 스토리 모드 난이도는 중간중간에 숙소로 돌아와 요마의 둥지나 특별 임무 등을 클리어하며 플레이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설정되어있는 듯 합니다.
물론 스토리 모드의 시스템은 유저에게 멈춤 없이 달리는 것을 강요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플레이하는 유저는 매우 적습니다.
[한줄요약]
신사적인 목적으로 구매한다면 좋은 게임이 되겠지만, 액션성을 기대하고 구매한다면 실망할 게임.
길어서 읽기 귀찮은 분들은 굵은 글씨만 훑어보셔도 됩니다
써놓고 보니 까는 글밖에 없지만, 분명히 재미있습니다. 액션성에서 실망스러운 부분이 좀 많은 것 뿐이지, 구제 불능의 쓰레기게임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상기한 액션 파괴범 점프 X를 탈출기로만 사용하고, 목숨걸기 모드를 봉인하고 플레이한다면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난이도로 즐길 수 있습니다.
액션 시스템도 전작과 비교했을때 안타까운 점이 많다 뿐이지, 굳이 전작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나름대로 괜찮은 시스템입니다.
다만 역시 섬란 카구라라고 한다면 무쌍 난무 액션이 떠오르는지라 이번작은 좀 아쉽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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