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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 비밀
1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치 챘어야 했던 건지도 모른다.
기분 좋게 개인 월요일 아침. 기온은 아직 여름의 여운을 남긴 채지만 때때로 부는 바람은 제법 기분 좋게 식은 날.
평소와 별 차이 없는 교실 풍경에 평소와 별 차이 없는 기분으로 녹아들어 매일 아침 그러듯 잠기운을 곱씹으며 종과 담임교사의 도착 사이의 미묘한 시간을 때운다.
휴대전화로 T.O.I에 업로드 된 시시껄렁한 뉴스라도 읽을까 해도 교내에서의 사용이 금지되어있는 탓에 신카와하마 제 1고등학교는 여기든 저기든 권외다. 결국 아무 할 일도 없이 잠깐 잠이라도 잘까 생각하면, 언제나 이 타이밍 담임교사가 나타난다.
그렇게 평소와 아무런 차이 없는 아침. 나오토는 교탁에 선 교사의 말 따윈 귀에 넣지 않고 망연히 눈을 좁히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치 챘어야 했다. 눈치 챘을 터이다.
오랜만에 하루카네 집에서 자고 일어나. 아침밥 먹으라고 닦달하며 자리를 잡은 식탁에서, 하루카는 묘하게 들떠 있었다.
나오토가 일어났을 땐 이미 나간 유키가 라켈을 데리고 갔다는 것도 묘한 이야기였다.
수업 개시 전 아침 조회. 들어온 담임교사의 옆에는 한 명의 전학생의 모습이 있었다.
나오토 주변과 같은 신카와하마 제 1고등학교의 교복을 걸친 자그마한 소녀로, 머리카락은 눈을 크게 뜨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훌륭한 금발.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커다란 눈의 눈동자도 금색이고, 비칠 듯이 하얀 피부가 어딘가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교실 앞쪽 칠판에 쓰여진 이름은 『라켈 알카드』.
잘못 봤을 리가 없는 그 라켈이, 새로운 클래스메이트로서 거기에 있었다.
도서관 안쪽의 안쪽, 종교학이니 심리학이니 뭐니 하는 책이 늘어선 구석의 구석에 몸을 숨기듯 틀어박혀 나오토는 책장에 기대어 쭈그려 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지금은 오후가 되고 난 뒤 제일 처음 수업 도중이었다. 과목은 지학이었지만 담당인 이사가 쉬는 바람에 나오토네 반은 전원 도서관에서 자습을 지시받았다.
그렇게 되었다고 해서 진지하게 지학에 대해 책을 열고 공부하는 놈 따위 한손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학생은 지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만화나 취미 관련 책을 책상에 넓히고, 그것에마저 눈을 주지 않고 친구와의 잡담의 꽃을 피우고 있다.
그렇다곤 해도 여기가 도서관인 이상 큰 소리로 떠드는 건 꺼려지는 모양이다. 들리는 목소리는 누구 것이던 낮게 억눌리고, 그것들이 섞여 끊이지 않는 중얼거림처럼 되었다.
그런 반 친구들의 목소리를 책장 너머로 들으며 나오토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울했다. 피곤했다. 정신적으로.
원인은 바로 옆에 있는 금발 전학생, 라켈이다.
그녀 자신이 말하기론 태어나서 아직 2년 하고 4일… 아니 5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듯하다. 그런 얄팍한 인생경험에 더해 옷도 입지 않고 살아온 몰상식녀.
그걸 갑자기 고등학교에 입학시키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 리 없다.
수업 중에 아무도 모르는 이론을 들고 일어나 교사에게 마술적 관점이 어떻다며 질문을 던지고, 흥미가 없으면 지루하다며 교실을 나가려고 한다. 교실에서 나오토에게 홍차를 준비하라고 요구하며, 결국엔 체육 수업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단 소릴 듣고 교실에서 탈의를 시작한다.
그럴 때마다 웃기지 말라며 튀어나와 라켈을 말리는 건 당연히 나오토의 역할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주변에서 관계를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나와 라켈은 거기에 『하인』이라고 답하고….
오늘 하루만에 나오토는 금발 미소녀의 하인이라는 꼬리표를 등짝에 크게 짊어지는 꼴이 되어 버렸다.
“아까부터 한숨만 잔뜩이네. 보기 흉하니까 그만해.”
“…누구 때문인데, 임마.”
당사자인 라켈은 이런 상태다. 정말이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다시 한 번, 이번엔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위를 보며 한숨을 토해내고, 나오토는 얼굴을 들어 정면의 책장을 흥미 깊다는 듯 바라보고 있던 라켈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래서? 할 얘기가 뭔데?”
도서관에 들어오자마자 둘이서만 할 얘기가 있다는 소릴 했다. 반 친구들 앞에서 갑자기 뱀파이어 뭐시기 하는 얘길 꺼내면 곤란하니까 사람 눈을 피해 나오토는 여길 골랐다.
라켈은 뒤를 돌아 주변에 의식을 향한다. 누군가 엿듣지는 않나 확인하는 거라기보다는 작은 소리를 찾는 듯한 움직임이다.
“아오의 잔재가 느껴져.”
속삭이든 중얼거린 말에 나오토는 그때까지 질질 끌던 나른한 기분을 흐트러뜨렸다.
“무슨 소리야?”
주저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날카롭게 얼굴을 굳힌다.
“이 학교에 스피너의 관계자가 있다는 말이야?”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어. 하지만”
라켈의 금색 눈동자가 나오토를 지긋이 강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 학교에 적어도 8명의 드라이브 능력자가 있다는 건 확실해.”
라켈의 대답은 나오토의 미간에 더더욱 깊은 주름을 새기게 했다.
“드라이브 능력자?”
또 모르는 말이 튀어나왔구만 하고 나오토는 머리를 긁었다.
하지만 들어본 기억은 있다. 분명 키이로였다.
―나오토 군의 『드라이브』는, 어떤 거야?
그런 걸 물어봤다.
“그 『드라이브』라는 건 뭐야?”
라켈은 조금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 뒤이어 입가에 손을 댄 채 잠시 생각한다. 그만큼이나 그녀에게 있어선 극히 평범한, 상식적인 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나오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이브란… 『영혼의 힘의 구현화』.”
말하면서 라켈은 하얀 손 안에 무언가를 쥐고 있다는 듯 슬쩍 펼쳤다.
“개개인 각자가 숨기고 있는, 어떠한 능력에 특화된 특수한 힘이야. 그건 누구의 영혼에든 잠들어 있고, 누구든 발동시킬 가능성이 있어.”
손바닥에 얹은 가공의 영혼을 쥐는 듯이 라켈은 손가락을 부드럽게 구부렸다.
“초능력… 같은 건가?”
“그러네, 그렇게 불러도 지장 없지 않을까?”
묻는 나오토의 말에 가볍게 수긍하고, 라켈은 쥔 손을 풀고 내린다.
“드라이브는 영혼이 희미하게라도 아오에 가까워지면 발동해. 그 방아쇠는 주로 두 종류. 하나는 주변보다 강한 영혼이 아오에 이끌려 발동되는 경우. …세상에는 가끔, 특별히 강한 영혼을 가진 자가 나타나. 그런 영혼은 다른 것들과 비교하면 훨씬 아오에 이끌리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즉 강한 영혼의 소유자는 드라이브를 발동시키기 쉬운 경향이 있다. 물론, 강한 영혼을 가졌어도 발동하지 않는 경우는 있고, 반대로 이렇다 할 것 없는 평범한 영혼이라고 해도 무슨 일이 계기가 되어 드라이브에 눈뜨는 일도 있다.
“그 『불사자 사냥꾼(이모탈 브레이커)』들… 발켄하인 헬싱이나 레리우스 클로버가 이에 해당돼. 그들의 영혼은 무척이나 강해.”
“그리고, 또 하나는?”
“스스로 아오에 다가가는 거야. 스피너 스페리올이 그래. 마도를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아오에 영혼을 가까이 대어, 그는 드라이브 능력을 발동시켰어.”
“그딴 짓이 가능하냐…? 아오란 거,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며?”
가만 냅둬도 존재가 불확실한 아오에, 애초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영혼을 가까이 댄다. 나오토에겐 상상이 미치질 않는 세계다.
그런 나오토에게 이해를 표하듯 라켈은 또 다시 수긍했다.
“정상적으론 불가능하지. 그리고 스피너가 과거에 소속해 있던 마도협회에선 아오에 다가가는 것을 금기로 정하고 인정하지 않아. …즉 그런 짓을 저지를 만큼 그는 정상이 아니라는 거야.”
정상이 아니다. 이상. 그것은 그의 기술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의 죄악 깊은 욕망을 나타내는 것인가. 스피너를 모르는 나오토는 물론, 라켈도 모르는 일이었다.
“드라이브는 영혼이 아오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강력해져. 하지만 발켄하인이나 레리우스는 그 편린에도 가까워져있지 않아. 아오의 편린에 가까워지면, 얻을 수 있는 힘은 겨우 저 정도가 아닌 걸.”
그 정도로 아오는 크고 먼 것이라고, 라켈의 말투에서 나오토는 느꼈다.
동시에 자그마한 절망을 맛본다. 스피너가 스스로 영혼을 가까워지게 할 정도로 존재를 인식하면서도 아직도 손에 넣지 못했고, 발켄하인이나 레리우스마저도 그 존재완 너무나도 멀다. 그런 것을 어떻게 해야 자신 따위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일까.
‘밝은 미래가 보이질 않는구만….’
찾아내지 못하면 곤란하지만, 이해하면 할수록 상황의 좋지 않음에 현기증이 일었다.
“그럼, 너나 너네 아버지도 드라이브 능력자야? 그, 영혼이 아오에 가까워져 어쩌고 해서.”
흥미에 따라 나오토가 물으니, 라켈은 희미하게 표정을 흐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아버님은 조금 달라. 극히 특수한 존재… 특별 중의 특별, 이례 중의 이례야.”
그것이 얼마나 이질적인 것이고 터무니없는 사태인가. 그것을 전하려고 라켈은 말을 반복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으로 다른 팔을 감싸 안는다. 그것은 어딘가 겁을 먹은 것처럼도 보였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먼 옛날에 유일하게 아오의 편린에 다다른 자가 있었어. 그 누군가가 아오의 힘을 이용해 만들어낸 게 아버님이야.”
“그거… 엄청 대단한 일 한 걸로 들리는데요?”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그런 어중간한 지식상태로도 그리 생각했다.
적잖이 떫은 얼굴을 하고 쭈뼛쭈뼛 손을 든 나오토를 라켈이 격한 눈으로 노려보듯이 봤다.
거기 담겨 있던 건 분노가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버지를 향한.
“엄청 대단한 거야. 다른 생물들과는 근본적으로 레벨이 달라. 아오에 의해 사람의 소원이나 원념, 공포로부터 빚어진 『아오의 환상』. …아버님 같은 존재를 『환상생물』이라고 부른다는 것 같아.”
어떤 생물보다도 아오에 가깝고, 어떤 생물보다도 초월적인 출생에 의한 존재.
영혼의 힘의 구현화가 드라이브라면, 클라비스는 수많은 영혼에서 태어난 다양한 경외가 구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존재 자체가 드라이브인 것이다.
하지만 클라비스가 그 정도로 대단한 존재라고 한다면. 나오토의 안에서 의문이 생겨났다.
“라켈은 그 『환상생물』이 아냐?”
라켈도 또한 클라비스와 같은 뱀파이어다. 하지만 라켈은 약하게 시선을 떨궜다.
“아니야. 나는 『환상생물』인 아버님이 만들어낸 자. 굳이 따지자면 인간이 마술적으로 만들어낸 종족인 발켄하인 쪽에 가깝지 않을까.”
발켄하인은 늑대인간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섭리 속에서 자라난 종족이 아니라, 힘을 가진 자가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낸 것이라고 라켈은 말한다.
“그러니까 난, 발켄하인이나 레리우스와 같은 드라이브 능력자야. 능력명은 『바람사(템페스트)』. 내 영혼은 바람을 다루는 힘에 뛰어나단 얘기지.”
작은 등을 책장에 기대고, 라켈은 앞쪽으로 손을 뻗었다. 뻗은 손끝에서 가볍게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책이 머금고 있던 먼지의 냄새를 담고 바람은 나오토의 앞을 지나쳐 어딘가로 사라져갔다.
“있지, 하나만 물어보고 싶은데.”
바람을 곁눈으로 배웅하며 툭 내뱉듯 나오토가 묻는다.
“내 눈은… 드라이브야?”
사람의 목숨을 수치로 보는 『사냥꾼의 눈』. 그 존재는 이미 라켈도 알고 있다.
언제나 궁금했다. 어째서 이런 숫자가 보이는 것인가. 그 이유와 의미는 무엇인가.
나오토는 라켈을 본다. 그녀의 머리 위엔 오늘도 8자리에 달하는 심상찮은 수치가 나타나 있다.
“…몰라.”
잠깐 헤매듯 간격을 두고 라켈은 목소리를 약하게 하며 눈썹을 좁혔다. 책장에서 떨어져 한걸음 앞으로 나와, 나오토의 눈앞에 쪼그려 앉는다. 그대로 바닥에 손을 대고, 얼굴에 다가오듯 몸을 내밀었다.
“야, 야…?”
단숨에 거리가 좁혀들고, 라켈의 커다란 눈동자와 예쁘게 생긴 코가 나오토의 눈앞까지 다가온다.
나오토는 무심코 숨을 멈췄다. 그러고도 미처 다 죽이지 못한 숨이 새어 라켈의 앞머리에 걸린다. 반짝이는 듯한 머리카락은 나오토가 봐온 일상과는 동떨어진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고, 그 안쪽에서 지긋이 바라보는 눈동자는 묘하게 가슴을 수런거리게 했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입술이 닿아 버릴 것 같은 거리에서… 라켈은 또 복잡한 얼굴을 했다.
“이 정도로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아무런 힘도 안 느껴져. 내가 생각하기엔, 이건 당신 영혼에 원래부터 갖춰져 있던 힘이 아니라 어딘가 다른 곳에서 이식된 것 같은데.”
이거야 원, 하고 질린 듯한 한숨을 짓고 라켈은 시원스레 일어났다. 먼지라도 붙어 있었던 건지 가볍게 손을 턴다.
왠지 엄청 힘이 빠졌다. 나오토는 일부러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등 뒤 책장에 머리를 부딪치고, 피어 올라오는 쓴웃음에 어깨를 떨었다. 놀래키지 말아줬음 한다.
아직 코끝에 라켈의 기색이 실밥처럼 붙어있는 것 같다.
“이식… 입니까.”
쓴웃음을 지은 채로 나오토는 눈만 천장으로 향했다. 이식. 라켈이 하는 말에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은 상관없는 일이다.
나오토는 다시 라켈을 보며 화제를 되돌렸다.
“그래서. 그 드라이브 능력자가 8명 있댔나? 그건… 뭐 위험한 거냐?”
자신들이 쫓고 있는 건 스피너다. 스피너도 또한 드라이브 능력자라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학교 안에 있을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라켈은 질린 듯한 얼굴을 보였다. 그런 것에도 생각이 미치질 않는 건가, 하고 말하고 싶어 보이는 눈은 실로 그녀다운 오만함을 담고 있다.
“드라이브를 쓰면 아주 조금이지만 아오의 힘을 쓰는 게 돼. 그 그을림 같은 게 아오의 잔재. …나는 아까, 아오의 잔재가 학교 안에서 느껴진다고 했지?”
대답을 재촉하듯이 라켈의 말꼬리가 묻는다.
듣고 있지만 말고 생각을 하라는 건가. 드라이브의 존재 자체를 몰랐는데, 여기서 거기로 생각이 이어질 리가 없잖아.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며 나오토는 무릎 위에 팔꿈치를 세워 뺨을 괴었다.
“즉, 누군가가 드라이브를 썼다는 건가.”
“혹은 드라이브를 쓴 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던가….”
즉, 스피너나 스피너의 사도와 관련된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
라켈은 방심 없이 눈빛을 세웠다. 고등학교 도서관 안쪽에서 임시로 열린 작전회의 치고는 조금 진지함이 너무 있을 정도로.
“어느 쪽이던 그 8명을 조사하고 싶어. 드라이브를 가진 이상, 언제 장해물이 될지 모르니까.”
“장해물?”
“드라이브를 발동시킨 자는 자연스레 아오의 힘을 느끼기 시작하고, 점점 아오를 원하기 시작해. 그렇게 되면, 우리의 적이 될 가능성도 있어.”
라켈도 나오토도 아오를 원하고 있다. 스피너도 또한 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 거기에 더욱이 다른 인간이 끼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완전 난장판이겠구만….’
가능하면 그런 사태는 피하고 싶다. 그러기 위한 밑준비가 된다면 라켈이 말하는 조사라는 것은 나오토에게 있어서도 환영할 수 있는 제안이었다.
“알았어. 그럼, 그 조사라는 걸 하자고. 난 뭘 하면 돼?”
영차, 하고 작게 목소리를 내며 나오토가 일어난다. 덧붙여 책장 건너편에 있는 반 친구들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혹시 저 중에도 드라이브 능력자가 있는 걸까. 그리 생각하니 지금까지 극히 평범하게 보이던 풍경이 색을 바꾼 것 같아 뭐라 진정되지 않는 기분이 되었다.
라켈이 팔을 꼰다. 사려 깊은 금색 눈동자가 나오토를 바라본다.
“안내하도록 해. 이 학교의 중심에 가깝고 사람 눈이 닿지 않는 장소가 필요해.”
“오케이.”
그렇다면 그곳밖에 없다. 목표를 떠올리며 나오토는 머리카락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라켈을 데리고 밝은 곳으로 돌아갔다.
우선은 방과후까지 무난히 눈에 띄지 않고 수업을 끝내야 한다.
부탁이니까 눈에 띄지 말아 줘 하고 라켈을 향한 걱정을 키우며 나오토는 흥미도 없는 책을 적당히 뽑아 든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낮잠 자면서 베개로 쓰기에 딱 좋은 두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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